[발언대] 反이슬람 정서로 예멘 난민 배척해선 안 돼

조선일보
  •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
    입력 2018.08.09 03:07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 500여명이 난민 신청을 하면서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난민 유입으로 범죄가 증가하고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들이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로 근거 없는 이슬람 혐오 정서도 번져가고 있다. 예멘인들이 우리나라에 정착할 경우 여성과 비(非)무슬림에게 폭력적인 이슬람교의 특성상 우리 사회의 법질서를 무너뜨려 사회 불안을 조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근거 없는 반(反)이슬람 괴담일 뿐이다.

    예멘 난민 입국과 맞물려 최근 인터넷에 유포된 '코란에서 가르치는 이슬람의 13가지 교리'라는 글은 코란과 아무 상관이 없다. 이 문건은 중동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인 IS(이슬람국가)가 활개치던 2014년쯤 영어권에서 나돈 '급진(과격) 이슬람과 IS의 코란 13교리'라는 문건의 우리말 번역본이다. 그런데 원본 제목과 달리 번역본 제목에는 '급진 이슬람과 IS'가 빠져 있어 마치 모든 이슬람교도가 믿는 교리라는 인상을 준다.

    이 문건은 교리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코란 구절을 명기해 놓았는데, 교리라고 주장하는 내용과 코란 구절이 상응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춘기가 시작되지 않은 여자 아이는 강간·결혼·이혼해도 된다'는 교리를 제시하면서 코란 65장 4절이 그 근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코란의 해당 구절은 '아내와 이혼할 때 남편은 아내의 임신 여부를 가리기 위해 3개월 기다려야 하고 임신했을 때는 출산까지 이혼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또 코란 9장 111절에 '이슬람교가 아닌 사람을 죽이면 천국에서 처녀 72명을 상으로 받는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고 주장하지만 코란에 이런 구절은 없다. 이 문건은 이슬람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코란을 잘못 인용하거나 일방적으로 해석한 내용을 담아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슬람교는 여성과 비신자들을 억압하는 종교이고, 이슬람교도들은 폭력적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난민 유입을 반대할 수는 있지만 반이슬람 정서에 기대 난민 반대 여론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국제난민협약에 가입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 좀 더 차분하고 성숙한 자세로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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