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뒷조사' 이현동 전 국세청장, 1심서 무죄…檢 "항소할 것"

입력 2018.08.08 14:15 | 수정 2018.08.08 15:05

법원 “국고손실 적극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
“뇌물은 원세훈 등 관련자 진술 신빙성 부족”
검찰 “불법적 요구에 따라도 죄 안 되나” 반발

국가정보원이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도와주고 이를 대가로 수천만원의 대북 공작금을 받았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62·사진) 전 국세청장이 8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던 이 전 청장은 곧바로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는 이날 이명박 정부 시절 김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에 관여해 국고를 손실한 혐의(국고 등 손실) 등으로 기소된 이 전 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 혐의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이던 2010년 5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국정원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인 일명 ‘데이비드슨 사업‘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으로부터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에 응했다는 것이다.

이 전 청장은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대북공작용 자금 5억여원과 5만 달러(약 5400만원)를 14차례에 걸쳐 해외 정보원에게 지급한 혐의와 국정원으로부터 1억 2000만원을 활동비 명목으로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국정원이 이른바 ‘데이비슨 사업’이라고 명명했던 김 전 대통령 해외 비자금 추적은 2010년 5월 시작됐다. 공작명(名)인 ‘데이비슨 사업’은 김 전 대통령의 그의 약칭인 ‘DJ’의 ‘D’를 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정원은 2년여에 걸쳐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했지만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을 자체 종결했다.

이 전 청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 관련 해외정보 수집을 제공하도록 승인한 건 맞지만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청장도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누를 끼쳐 참담한 심정이지만 혐의에 대해서는 떳떳한 만큼 재판부에서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국고에 손실을 입히려 한다는 것을 이 전 청장이 알았다거나 국고손실을 인식할 외부 정황이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것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런 정황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이 전 청장에게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비자금 추적을 요청하면서도 구체적인 정보까지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봤다. 또 국가기관인 국세청 입장에서 협조 요청을 거절하기는 어려웠으리라는 사정 등도 고려됐다.

이 전 청장이 1억 2000여만원의 활동비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핵심 관련자인 원 전 원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등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전 청장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의자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청장이 이 공작을 국정원의 정당한 업무로 인식했을 수 있고, 국세청 입장에서 국정원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무죄 이유”라며 “국정원이 불법적 요구를 하면 국가기관이 그대로 따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는 결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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