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석탄' 조사하면서 '북한' 언급도 안 했다니

조선일보
입력 2018.08.08 03:20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을 둘러싼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남동발전은 작년 11월부터 관세청 조사를 받으면서도 올 3월 북한산 추정 석탄을 그냥 써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남동발전 측은 7일 "관세청이 조사 과정에서 '북한'이란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고 했다. 실제 남동발전이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관세청은 석탄 수입 경위·항로·성분 등을 조사하면서 북한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북한산임을 알았느냐'가 조사 이유의 전부인 상황에서 정작 핵심은 물어보지도 않은 것이다. 그래놓고 10개월째 '조사 중'이라고 한다. 조사가 아니라 조사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남동발전도 '탄광은 러시아 본토인데 선적항이 왜 사할린섬이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는 해명만 한다. 대체 이 모든 게 무슨 일인가.

작년 10월 말 남동발전에 '북 석탄'을 운반했던 선박이 지난 4일부터 포항에 체류하고 있다. 작년 10월처럼 러시아에서 석탄 5100t의 화물을 싣고 왔다. 이번에도 북한산을 러시아산으로 둔갑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이 배를 조사한 정부는 이날 '러시아산 석탄으로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는 없다'고 했다. 이 배를 포함해 의심 석탄을 운반한 경력의 선박 9척이 수십 차례 우리 항구를 제 집처럼 드나들었지만 정부는 한 번도 억류하지 않았다. '작년 말 북한산 반입 혐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못 잡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산 석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정보는 미국이 제공한 것이다. 정부도 내부적으로는 '북한산'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의심 선박의 입항을 사전에 막거나 들어온 선박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 배들이 석탄 말고도 철광·수산물 등 안보리가 금수(禁輸)한 북한산을 중국·러시아산 등으로 위장해 반입했을 수도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 미 방송에서 한국의 북한산 석탄 반입과 관련 "(대북) 제재의 엄격한 이행을 원한다는 것이 미국 입장"이라고 했다. 제재 위반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경고로 들린다. 한국 기업이 미 제재 리스트에 오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정부가 우리 기업의 피해를 막고 원산지를 속인 북한산의 국내 유통을 막으려면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작년 10월 이후 북한산 석탄 관련 '정부 대책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대북 제재'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정부가 4월 남북 정상회담, 6월 미·북 정상회담 등을 감안해 북을 자극할 수 있는 이번 사건을 어물쩍 넘어가려다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고 한다. 북핵 최대 피해자인 한국이 대북 제재 '구멍'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는 없다. 정부는 하루빨리 북한산 석탄 반입 경위를 공개하고 운반 선박 입항 금지 등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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