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석탄' 한국 기업 엉뚱한 피해 막아야

조선일보
입력 2018.08.07 03:18

미국이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의혹에 연루된 우리 기업에 대해 독자 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북한산 의심 석탄을 들여온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는 한국전력의 자회사 남동발전 등 기업 2곳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고 한다. 관련 기업들은 미국의 조사에 대비해 법률 검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발전 등 4곳은 "북한산인 줄 몰랐다"고 하고 있다. 남동발전이 북한산 의심 무연탄을 반입해 이득을 본 금액도 3억8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한 해 매출 5조원이 넘는 남동발전에서 이 정도 돈을 아끼자고 북한산 의심 석탄을 알고도 들여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 북한 석탄이라면 한전·남동발전 차원을 넘어선 외부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10개월째 "조사 중"이라고만 하고, 그사이 북한산 석탄을 실어날랐던 배들이 수십 차례나 우리 항구를 드나들도록 해 그런 의심이 커졌다.

특히 미국이 북한산 석탄 9700t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작년 10월 수입된 직후 '북한산 석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정보를 우리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남동발전이 구입한 실제 석탄 가격은 그 전에 구입한 러시아산 무연탄 가격보다 최대 39% 쌌다고 한다. 정보도 있고 가격도 터무니없이 싸다면 의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남동발전은 2010년까지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적이 있어 관련 자료를 갖고 있기도 했을 것이다. 미국이 '이런데도 북한산인지 몰랐느냐'고 하면 답이 궁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한국 기업들이 북한산임을 알고도 수입한 사실이 드러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북한과 거래했다가 미 제재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행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한전과 남동발전 등은 미국의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한국 최대 공기업 한전이 미 제재 리스트에 오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외교력을 집중해 사건의 확대를 막고 내부적으로는 조속히 진상을 밝히고 대북 제재 시스템을 재점검해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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