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혹시 했더니 역시로 끝난 경제부총리 삼성 공장 방문

조선일보
입력 2018.08.07 03:19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6일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아 취임 후 처음으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만났다. 김 부총리는 "삼성은 우리 경제 대표주자"라며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고, 이 부회장은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투자·고용 전략과 규제 문제를 둘러싼 속 깊은 대화는 없었다고 한다. 모처럼 만남이 사진 찍고 밥 먹는 이벤트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주 청와대 관계자가 김 부총리에게 "삼성에 구걸하지 말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는 '구걸'이란 말은 없었다면서도 비슷한 요청을 한 사실은 인정했다. 김 부총리의 대기업 방문은 삼성이 다섯 번째인데 유독 삼성에 대해서만 청와대가 개입하고 나섰다. 정권 내부의 반(反)삼성 정서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삼성은 현 정권에 '적폐'로 찍혀 있다. 삼성그룹에 대한 각종 수사는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 반도체 공장 정보 공개, 계열사 분식회계 등 삼성을 압박하는 각종 이슈도 꼬리 물고 이어지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는 삼성전자가 "협력업체 쥐어짜기로 1등이 됐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한국의 대표 기업을 도와주진 못할망정 도리어 못살게 군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일이다.

정부 책임자들이 주요 기업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시로 기업인들을 백악관에 초대하고 틈만 나면 전화를 거는 걸로 유명하다. 아베 일본 총리도 경영자들과 밥 먹고 골프 하는 일정으로 가득 차 있다. 한 팀처럼 서로 대화하면서 정부는 기업 애로를 정책에 반영하고 대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화답한다. 우리처럼 정부가 대기업과 선을 긋고 적대시하는 나라는 없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한다. 휴가에서 복귀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경제 활력을 찾기 위한 실사구시적인 실천"을 참모들에게 주문했다.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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