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들여다보려는 핵심은 '사전 인지 여부'다. 북한 석탄이 러시아 항구에서 제3국 배에 실려 한국에 들어왔는데, 해당 기업들이 이 석탄이 북한산인 줄 알고 수입했느냐는 것이다. 해당 기업들 주장처럼 러시아산 석탄으로 알고 들여왔다면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실제로 사전 인지가 없었는지, 모기업은 관리 책임이 없는지 등에 대한 미 제재 당국의 수많은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이 매우 길고 까다롭다"며 "그 과정 자체가 기업으로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이를 제때 파악했고 적절한 조치를 내렸는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 가격 40% 싸

한전의 자회사 남동발전이 북한산 석탄임을 알고도 수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수입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훨씬 싸다는 점 ▲석탄의 수분·발열량 등 성상(性狀)을 분석하면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동발전은 작년 11월과 올 3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석탄 수입 회사인 'H'사를 통해 무연탄 총 9700t(약 87만달러)을 들여왔다. 작년 10월 말 러시아 나홋카항·홈스크항에서 무연탄 5141t을 나눠 선적한 '샤이닝 리치'호는 11월 초 동해항에 입항해 무연탄을 남동발전에 인도했다. 올 3월에는 나홋카항에서 선적한 무연탄 4584t을 '진룽'호를 통해 동해항으로 수입했다.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이 남동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산 의심 석탄 구입 가격은 두 차례에 걸쳐 t당 90달러, 93달러였다. 남동발전이 작년 12월 다른 중개업체를 통해 수입한 러시아산 무연탄 가격(t당 148달러)에 비해 최대 39% 저렴했고, 이에 따라 총 34만달러(약 3억8300만원) 정도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남동발전이 얼마 안 되는 이익을 좇다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볼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동발전 관계자는 5일 "무연탄 국제 시세는 한 달에도 20~30%씩 널뛰기한다. 특히 무연탄은 국제 거래 규모가 작아 가격 등락 폭이 매우 큰 시장이기 때문에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산지 확인 가능성과 관련해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무연탄은 국제적으로 거래가 많지 않고, 광산별로 스펙(성상)이 뚜렷하게 다르다"고 말했다. 남동발전이 이를 확인했다면 북한산인 걸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화력발전소에서 원료 구매와 공정 투입(피딩)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라면 석탄의 성상을 보고 원산지를 구별할 수 있다"며 "다만 같은 광산이라 해도 광구별로 성상이 다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동발전 관계자는 "무연탄 구매를 위한 입찰 공고를 낼 때 '북한산 석탄은 입찰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며 "원산지별로 상이한 석탄의 성상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연탄 수입 당시 러시아 정부가 발행한 원산지 증명서를 관세청에 제출해 정상적으로 수입 통관이 됐기 때문에 해당 물량은 러시아산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정부 감독·처벌 적정성도 쟁점

북한산 석탄 반입과 관련, 수입 기업들뿐 아니라 정부의 감독·처벌 조치가 적절했는지도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 위법 행위 사실을 명시한 선박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 의지가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보리나 미국의 독자 제재가 아니더라도 5·24 조치 등 국내법에 따라 북한산 석탄은 들여올 수 없다.

이에 대해 러시아산 무연탄이 1년에 350만~400만t 수입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별 기업을 일일이 감시해 사전에 불법 수입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또 불법행위와 관련된 선박을 억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합리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해당 선박들은 일본에도 수십 차례 드나들었지만, 일본 정부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가 자체 판단에 따라 선박을 억류할 수 있지만, 이를 풀어줄 때는 안보리 제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수 있다"며 "파장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