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號)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 관계자가 배를 찾았다고 발표하기 넉 달 전부터 3000억원을 목표로 투자자를 모집했던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회장 류모(43)씨의 카카오톡 메시지〈사진〉에 따르면 류씨는 지난 3월 한 지인에게 "제가 다음 달 가상 화폐 상장 3000억 하는 것 때문에 아주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베트남에 체류 중인 류씨는 돈스코이호 인양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류씨는 "투자자 미팅이 계속되고 있다"고도 했다.

류씨는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이하 거래소)라는 아이디를 썼다. 이 회사는 돈스코이호를 인양한다고 했던 신일그룹 관계 회사다. 메시지를 보낸 지 한 달 후인 지난 4월 서울에 설립됐다.

신일그룹은 그간 "코인을 판매하는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우리는 무관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로 볼 때 류씨가 거래소 아이디를 쓰면서 직접 투자 상담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코인 이름을 특허청에 등록한 사람도 류씨의 누나로 알려졌다.

이들은 코인을 1개당 120~200원에 팔았다. 돈스코이호에 150조원대 금괴가 실려 있고, 배가 인양되면 코인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씨 측은 7월 17일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하기 전 3개월간 ▲회사 설립 ▲투자자 모집 ▲언론 기사 제공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했다. 4월 '센터장'이라고 불리는 모집책 200여명을 뽑아 본격적인 투자 유치를 시작했고, 5월 한 인터넷 언론과 협약을 맺고 신일그룹 및 돈스코이호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캐나다 수중 탐사 업체, 중국 인양 업체 관계자들과의 미팅 사진을 올리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경찰은 류씨가 '유지범'이라는 가명(假名)을 쓰면서 이 과정을 지휘했다고 보고 인터폴에 수배 요청을 한 상태다.

류씨는 사기 혐의로 여러 건의 고소·고발 사건에 휘말리자 수년 전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최근 한 방송은 류씨 목소리를 공개했는데, 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070'으로 시작하는 거래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던 사람들은 당시 전화를 받은 사람과 같은 목소리라고 했다. 투자자들은 신일그룹 홍보 책임자를 자처했던 사람도 류씨라고 보고 있다. 일인다역(一人多役)을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