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기자는 댓글 조작 사건 주범 '드루킹' 김동원씨가 경찰 조사에서 말했다는 진술 하나를 취재하고 있었다. 대선 전인 2017년 3월, 김경수 현 경남지사가 정치 관련 입장문을 인터넷에 올리기 전에 드루킹에게 보여주고 감수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드루킹은) 수많은 지지자 중 하나"라던 김 지사 말과 달리 두 사람이 친밀했음을 보여주는 주장이었다.
이를 확인하려고 김 지사 측에 연락했지만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 김 지사는 이튿날 본지 보도가 나가자 허위 사실 적시 및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자를 고소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 기사의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2017년 12월 28일 김경수 당시 민주당 의원이 드루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드루킹 측근을 일본 센다이 총영사에 보내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의혹을 취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 지사는 그간 "(드루킹이) 무리한 청탁을 해 왔고 그렇게 끝난 일"이라고 했었다. 김 지사 측 언론 담당자 2명은 "정치적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기사가 나가자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부풀리기와 의혹 제기로 국민을 호도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지사는 5월 4일 경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충분하게, 정확하게 소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드루킹 사건이 처음 불거진 이후 김 지사가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속 시원히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본지가 지난 5월 18일 드루킹의 옥중(獄中) 편지를 보도하자, 김 지사는 "소설 같은 이야기를 기사화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드루킹과) 한 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편지에는 '김 지사 앞에서 댓글 조작 시연회를 했다'는 드루킹의 진술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지만 이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안 했다.
대신 그는 "범죄행위에 대해 조사를 받는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을 연일 특종 보도인 것처럼 기사화하는 조선일보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보수 언론의 정치 공세'로 몰았다. 본지는 김 지사의 반론을 들으려 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은 늘 김 지사였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본지뿐 아니라 모든 언론이 연일 김 지사와 드루킹 관계에 대한 보도를 하고 있다. 특검 수사에서 두 사람의 공모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검은 3일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6일 소환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특검은 정치 특검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돼 달라"고 했다. 국민이 궁금한 것도 바로 진실이다. 하지만 이날도 언론 보도에 대한 김 지사의 답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 한마디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