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문학상 수상 작가, 첫 소설집 내

입력 2018.08.03 20:17 | 수정 2018.08.03 20:18


김경숙씨 ‘아무도 없는 곳에’
사실주의적 단편 7편 수록

2015년 5·18문학상을 받은 작가 김경숙씨가 첫 소설집을 냈다.

소설집엔 5·18문학상 수상작 ‘아무도 없는 곳에’를 비롯, ‘아떼’ ‘가면’ ‘개다리소반’ 등 단편 7편이 실렸다.

김씨의 문단 데뷔작 ‘아무도 없는 곳에’는 5·18 때 5대 독자를 잃은 노파가 아들의 제사를 맞아 제삿상에 올릴 ‘찰무리떡’을 악착같이 껴안고 물이 불어난 개울을 건너다 고독한 죽음에 이르는 여름 날의 이야기다. 노파의 기억 속에서 그의 아들과 손자, 증손자로 이어지는 아픈 가족사와 비극적 운명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평론가 고영직은 소설집 해설에서 “김경숙의 글쓰기는 오랜 습작 시적을 포함해 지금까지 정통파 리얼리스트의 면모를 잃지 않으려는 자세를 여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데뷔작을 비롯, 국제결혼한 여성 화자를 통해 파괴된 가족과 가난의 문제를 다룬 ‘아떼’, 고아원 출신 남녀의 엇갈린 운명과 위선 가득한 세상을 성찰하는 ‘가면’ 등 대부분 수록 작품에서 작가의 사실주의(리얼리즘)적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등장 인물들은 파괴된 가정의 피해자이거나 고통스런 상황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이 가해자와 사회로부터 당하는 폭력과 고통들은 섬찟하리만치 건조하게 그려진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묘사되고 진술되는 적나라한 폭행과 학대 장면은 거친 만큼 사실적이다.

고영직은 “작가는 현실의 고난과 고통을 회피하고 성급하게 희망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변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무엇이 인간의 인간됨을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문학적으로 사유하며 자신의 작품이 ‘한 판의 굿’ 형식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평했다.

김씨의 소설에서는 또 파괴된 가족(가정)이 일상적으로 등장한다. ‘아떼’와 ‘동태대가리’ 등 대부분 작품에서 훼손된 가족관계의 적나라한 실상과 비극적 운명이 줄거리를 이룬다.

이처럼 김씨의 소설은 다분히 사실주의적 면모를 띠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환상과 환영, 꿈과 같은 비현실적 요소가 자주 등장하는 또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17년 전 사망한 망자가 화자로 등장하는 ‘팥죽’이나, 등장인물이 작곡가 고(故) 윤이상 선생을 연상케 하는 혼과 대화를 나누는 ‘개다리소반’ 등이 대표적이다.

소설가 권행백은 “김경숙은 자신이 갖고 있는 독특한 ‘글 공간’에서 무속의 힘을 마녀처럼 발휘한다. 그의 판타지는 역으로 현실 모순을 더 깊게 드러낸다. 그의 상상력은 남미문학에서 보여주는 주술적 리얼리즘과 맥이 닿아 있다”고 평했다.

김씨는 소설집 서두에 ‘취하라. 그대 원하는 것에’라는 보들레르의 시구를 인용하며 “나는 많은 책에 취했고 이제, 글을 쓰고 싶다”고 썼다. 그가 후속 작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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