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

조선일보
  •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18.08.02 03:09

    [가슴으로 읽는 동시]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

    비 오는 날
    연잎에
    빗물이 고이면
    가질 수 없을 만큼
    빗물이 고이면

    고개 살짝 숙여
    또르르 또르르
    빗물을 흘려보내는 것을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
    가질 만큼 담는 것을.

    ―하청호(1943~ )

    불볕더위이지만 연꽃이 아름다운 철이다. 연꽃은 연꽃대로 곱지만 연잎은 지혜롭다. 비 오는 날, 오목한 잎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빗물이 고이면 마치 '덜어내야겠군' 하는 생각이나 한 듯 잎을 기울여 빗물을 또르르 굴려 내려버린다.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겸손함으로. 신기하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을까. 가질 만큼만 지니는, 욕심 차리지 않는 마음을. 시인이 연잎에서 건져 올린 값진 의미다.

    얼마 전 무더운 날 부여 궁남지의 연꽃을 보러 갔다. 이 시를 떠올리며 유난히 넓고 큰 잎과 꽃을 응시하고 있는데 움찔, 욕심에 젖은 몸이 떨었다. 가졌으면 분수를 지켜. 좀 나눠줄 줄도 알고…. 무더위인데 맘이 서늘해졌다. 자연의 가르침은 도처에 널려 있다. 눈 맑게 뜨고 있으면 그게 읽힌다. 연잎이 한 수를 가르쳐 주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