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에… 2시간째 안 오는 장애인 콜택시

입력 2018.08.01 03:01 | 수정 2018.08.01 08:52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 기다려보니

"장애인 콜택시 2시간 기다리다 119 구급대를 불렀어요."

최근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모(43)씨는 복통이 심해 병원에 가기 위해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다. 2시간 넘도록 차는 오지 않고 '대기 지연'이라는 문자메시지만 날아왔다. 전동 휠체어를 실을 수 없는 일반 택시를 탈 수도 없었다. 김씨는 통증이 심해지자 119 구급차를 불렀다. 김씨는 "병원 한번 가려 해도 배차 대기 시간만 2~3시간씩 걸린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해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폭염으로 이용자가 늘면서 장애인들이 땡볕 아래 2~3시간씩 기다리는 일도 잦다. 현재는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장애인 콜택시 이용자를 제한하고 있지만 내년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 이용 대상자가 많이 늘어나 혼란이 예상된다.

지난 25일 오후 1시 본지 기자가 ‘장애인 콜택시’ 전용 앱으로 뇌성마비 1급 임종민씨 등 3명과 함께 콜택시를 불렀다. 몸을 가누기 어려운 이들은 미리 도로에 나와 택시를 기다렸다. 최고기온 34도를 웃돈 이날 일행이 부른 택시는 2시간이 지나 오후 3시에 도착했다.
지난 25일 오후 1시 본지 기자가 ‘장애인 콜택시’ 전용 앱으로 뇌성마비 1급 임종민씨 등 3명과 함께 콜택시를 불렀다. 몸을 가누기 어려운 이들은 미리 도로에 나와 택시를 기다렸다. 최고기온 34도를 웃돈 이날 일행이 부른 택시는 2시간이 지나 오후 3시에 도착했다. /성형주 기자

지난 25일 오후 1시 뇌성마비 1급 임종민(43)씨와 함께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봤다. 서울 영등포구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서대문자연사박물관까지 12㎞ 코스였다. 일반 택시를 타면 30분쯤 걸리는 거리다. 5분 후 '서울시장애인콜택시'에서 '대기 전체 140, 부근 28'이라는 알림 문자가 왔다. 서울시 전체 대기자가 140명, 임씨 주변에 있는 차를 기다리는 사람 중에는 28번째라는 뜻이다. 콜택시는 2시간 후인 오후 3시에 도착했다. 한낮 최고기온 34도를 기록한 이날 뙤약볕 아래서 2시간을 기다린 임씨의 얼굴과 등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임씨는 "오늘은 그나마 빨리 잡힌 편"이라고 했다.

건물 안에 들어가 기다릴 수도 없었다. 몸이 불편해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콜택시 도착 후 10분 내에 못 타면 다음 사람에게 순서가 넘어간다. 일주일에 3~4회 콜택시를 이용하는 뇌성마비 1급 문주영(46)씨는 "배차가 돼도 도착 시각이 들쭉날쭉해 바깥에서 몇 시간이고 택시를 기다려야 한다"며 "요즘처럼 더운 날이면 목숨이 위태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지체장애 1급인 이형숙(52)씨는 "배차 시간이 점점 늦어져 예약해놓은 병원 진료 시간을 놓치기 일쑤"라고 했다.

장애인 콜택시 평균 대기 시간
장애인 콜택시는 2005년 '교통약자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2013년 법이 개정되면서 지자체는 '교통 장애인' 200명당 장애인 콜택시 1대를 보유해야 한다. 지난 6월 서울시 기준 '장애인 콜택시' 이용 대상은 8만6000명, 운영 택시 수는 437대다. 196명당 한 대꼴이다.  차량 대수 기준으로 일반 택시(서울 시민 140명당 한 대)보다 적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 건수는 2015년 3382건에서 올해 5118건으로 51% 늘었다. 장애인들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장애인 콜택시 대기 시간(6월 기준)은 2015년 평균 25분에서 올해 56분으로 배 이상 늘었다. 이용자가 몰리는 피크 시간대(오후 4시)의 경우 6월 기준으로 84분을 기다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 택시는 주기적으로 수요 조사를 하지만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이런 과학적 조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경북(73%), 전남(79.7%), 충북(85.4%), 충남(92.2%), 강원(97%) 등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5곳은 법정 구비 대수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 콜택시는 '1·2급 장애인 중 휠체어 이용자' 등으로 이용이 제한돼 있다. 하지만 내년 7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존 3급 장애인 등도 장애인 콜택시 이용 권한을 요구하고 있고, 장애등급제가 별도 기준 마련이 어려워 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연말까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교통 장애인들은 "저상 버스보다 장애인 콜택시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시 저상 버스는 2016년 2874대에서 지난해 3112대로 238대 늘었다. 같은 기간 장애인 콜택시는 2대 증차됐다.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범준 부장은 "저상 버스의 경우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하면 승하차 시간이 오래 걸려 일반 승객들이 눈치를 주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들이 실제 많이 이용하는 장애인 콜택시 수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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