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앤트파이낸셜, 中 금융 생태계 뒤흔들어

입력 2018.07.30 18:17 | 수정 2018.07.30 18:21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이 세계 최대 규모의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며 중국 금융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전자결제부터 기업 대출, 머니마켓펀드(MMF), 신용등급평가, 보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설립된 지 14년 만에 중국 금융계를 장악했다.

창립 당시 평균 연령 27세, 해외 유학파 출신의 젊은 인재들로 구성된 앤트파이낸셜은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을 만들겠다’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야심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앤트파이낸셜 직원들은 회사 출입구에서 디지털 카메라에 얼굴을 스캔하며 출근 도장을 찍고, 서로 별명을 부르는 수평적인 구조에서 업무를 한다.

앤트파이낸셜은 세계 최대 신용카드사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결제 규모를 뛰어넘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중국 내 제도권 금융회사들의 항의로 올해부터 정부의 금융감독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앤트파이낸셜은 어떤 규제도 성장을 막을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종”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 앤트파이낸셜, 일부 양적인 면에서는 세계 톱 금융사 추월

앤트파이낸셜은 결제 규모와 거래자 수, MMF 규모 등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등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앤트파이낸셜의 결제 규모는 8조8000억달러로 세계 최대 신용카드사 마스터카드의 5조200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앤트파이낸셜의 거래자 수는 6억2000만명으로 미국 최대 상거래업체 이베이(e-Bay)의 결제시스템인 페이팔(2억4400만명)을 넘어섰다. MMF 규모는 2190억달러로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 모건(1340억달러)보다 850억달러 많다.

신용등급평가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 신용평가사인 미국 파이코(FICO)의 평가 규모를 넘어섰다. 지난해 앤트파이낸셜이 신용평가하고 있는 회원수는 2억5700만명으로 FICO(2억명)보다 38.5% 많다.

기업 가치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은 올해 6월 해외투자기업으로부터 140억달러의 투자금액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면서 시가총액이 약 1600억달러로 늘었다. 이는 골드만삭스의 시총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국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 캠퍼스. /알리바바
◇ 온라인 결제시스템에서 중국 금융 생태계 뒤흔드는 ‘투자기업’으로

앤트파이낸셜은 2004년 알리바바가 만든 결제시스템 알리페이에서 출발했다. 당시 알리페이의 역할은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에서 구매자들의 결제를 대행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2008년 알리페이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중국 은행은 관영기업 위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었다. 당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은행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은행을 바꿀 것”이라며 대출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후 2013년 알리페이는 혁신적인 투자시스템에 도전했다. 알리페이 이용자들이 결제를 한 뒤 남은 소액을 예치해둔 자금으로 온라인 투자업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알리페이에 모인 예치금은 수십억달러에 달했다. 알리페이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예치금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MMF인 ‘위어바오(Yu’e Bao·잔액 보물)’를 만들었다. 알리페이는 이용자들의 예치금으로 기존 은행에 허용된 수준보다 높은 고수익 금융상품에 투자해 이윤을 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모았다. 출시된 지 며칠이 채 되지 않아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2014년 마 회장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알리페이는 자회사 앤트파이낸셜로 분리됐다. 이후 앤트파이낸셜은 대출·투자업뿐만 아니라 신용등급평가, 보험 등 금융을 종합적으로 관할하는 거대한 핀테크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 中당국, 전통 금융업계 불만에 규제 나서

한때 소규모 IT기업이었던 앤트파이낸셜이 빠른 속도로 중국 금융업계를 장악하자 중국 은행들은 정부에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앤트파이낸셜의 투자업 때문에 은행 예치금 규모가 줄고 있고, 이 때문에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항의했다. 또 앤트파이낸셜의 전자계좌로 이용자들이 몰려들면서 은행 지점과 ATM(현금입출금기)이 경쟁에서 밀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사 내부 모습. / 알리바바
이에 중국 정부는 세계 최대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餘額寶)의 은행카드 하루 이체 한도를 1만위안(약 170만원)으로 제한했고, 장기고위험 증권 투자를 축소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또 최근 중국 중앙은행이 알리페이와 같은 비은행 전자결제 기업의 예치금을 무이자 은행계좌에 2019년까지 예탁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앤트파이낸셜이 더이상 예치금으로 투자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앤트파이낸셜의 수익은 2021년에 2016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중앙은행은 앤트파이낸셜의 신용등급평가 시스템 ‘지마 신용(세서미 크레딧)’도 공격했다. 앤트파이낸셜이 만든 이 시스템이 개인 및 기업 대출에 활용되자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2017년 중앙은행은 사기업들이 만든 신용평가 시스템의 수준이 낮다며, 관영 신용평가사 ‘바이항’에게 평가 자격을 허가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앤트파이낸셜의 결제 정보를 새 관영 온라인 결제시스템인 ‘왕리안’에 넘기라고 명령한 상태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앤트파이낸셜을 유망한 투자처로 보고 있다. 미국의 한 투자가는 “정부 규제에 담긴 의도는 앤트파이낸셜의 성장을 저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앤트파이낸셜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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