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원룸 벗어나 '동네 거실'로 마실 가볼까

조선일보
  • 양승주 기자
    입력 2018.07.30 03:00

    1인 가구 함께 쓰는 '공용 거실', 카페·빨래방·헬스장 등 복합공간
    옥상 개방해 누구나 빨래 널기도… 혼자 사는 이웃 교류하는 곳으로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월동 '홈즈리빙라운지'. 슬리퍼로 갈아신고 들어서자, 커다란 거실을 연상케 하는 약 200㎡(60평) 크기의 공간이 나타났다. 중앙 벽면에 걸린 스크린 앞에는 커다란 소파가 놓여 있고, 한쪽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작은 서가가 마련돼 있었다. 카페처럼 음료를 주문하고 쉴 수도 있지만, 동전 세탁기가 설치된 세탁실과 운동실이 있어 빨래나 운동도 할 수 있다. 프라이팬이나 국자 등 주방기구나 전동 드릴, 의약품 등도 빌릴 수 있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같은 건물 오피스텔 입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공용 거실'이다. 외부인도 일정 요금을 지불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인근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다. 이곳 이재우 이사는 "주변 원룸이 대부분 4~10평 남짓이어서 거실 공간이 없다"며 "좁은 집에 혼자 있기 싫은 젊은이들은 으레 카페로 몰리지만, 편히 쉬거나 집안일을 해결할 수 있는 거실 느낌의 공용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서울 갈월동 ‘홈즈리빙라운지’는 가정집 거실처럼 소파와 서가, 세탁실 등을 갖추고 있어 원룸에 사는 대학생과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 1인 가구 비중이 커지면서 ‘공유 거실’ 개념을 도입한 공간이 늘고 있다.
    서울 갈월동 ‘홈즈리빙라운지’는 가정집 거실처럼 소파와 서가, 세탁실 등을 갖추고 있어 원룸에 사는 대학생과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 1인 가구 비중이 커지면서 ‘공유 거실’ 개념을 도입한 공간이 늘고 있다. /조인원 기자
    '가족이 모이는 곳'이었던 거실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소형 주택 비중이 커지면서, 전형적인 거실 풍경도 사라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수는 지난해 5월 기준 556만여 가구로, 총가구 수의 28.5%에 달한다. 혼자 사는 이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외로움과 불편함이다. 각각을 해소할 창구는 있지만, 둘을 함께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집안일을 해결하면서 다른 이들과 교류도 할 수 있는 공유 거실 개념을 도입한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 편의시설에 거실 기능을 더한 곳들도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워시 타운'은 빨래방과 거실을 합친 공간이다. 이곳에 가면 세탁기와 건조기들이 늘어선 한쪽에 7~8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과 소파가 있다. 거실 느낌의 공간에서 모르는 이들끼리도 자연스레 대화하고 만나게 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실제로 그 덕분에 인연을 맺은 손님들이 최근 이곳에서 파티를 열기도 했다. 이곳 이현덕 대표는 "빨래를 기다리는 동안 집처럼 편히 쉬면서 적적함도 달랠 수 있어 좋다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지난 5월 서울 혜화역 인근에 문을 연 '공공거실'은 2층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카페로, 옥상을 동네 주민들에게 개방해 누구나 빨래를 말릴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1층엔 커다란 원탁과 반려동물을 데리고 올 수 있는 작은 뜰이 있어 이웃 간 교류가 자주 이뤄진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유 거실을 만들기도 한다. 중국 인민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상하이 황푸(黃浦)구 주민들은 돈을 모아 함께 쓸 수 있는 거실을 마련했다. 2층 건물을 개조해 공용 주방과 식당, 응접실 등을 만들어 주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주로 1인 가구 젊은 층이 찾는 한국과 달리, 집 안 공간이 부족한 중·장년층 주민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유 거실과 같은 공간의 등장으로 경제적으로는 다인 가구에서 1인 가구로 바뀌면서 늘어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사람들 간 단절을 막을 수 있다"며 "현재 상업적으로 만들어지는 공유 공간이 지역 공동체 영역으로 확장되려면 관리도 공동 책임을 지는 의식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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