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核무장 120만 북한군 앞에서 병력 12만 줄인다는 국방 실험

조선일보
입력 2018.07.28 03:10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전군 주요 지휘관들을 청와대로 소집해 '국방 개혁 2.0' 계획을 보고받았다. 군 병력을 현재 61만8000명에서 육군 11만8000명을 줄여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감축하고, 현재 21개월(육군 기준)인 병사들의 복무 기간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단축해 2021년에는 18개월로 줄이겠다고 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완성했는데 우리는 병력과 복무 기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그냥 있어도 병력이 줄어든다. 정상이라면 복무 기간을 늘려 병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복무 기간을 줄인다고 한다.

아무리 무기를 현대화해도 병력은 군 작전의 기본 요소다. 북한은 7~10년 장기 복무하는 120만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일거에 공격해올 경우 18개월 복무 50만 국군이 정말 막아낼 수 있나. 국방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하는 것인데 무슨 실험을 하는 것 같다. 최전방 사단도 줄어 5년 뒤엔 사단별 담당 전선이 40여㎞로 2배 정도 늘어난다. 5년 만에 무슨 수로 이 공백을 메꾸나. '설마 전쟁이 나겠느냐'는 생각으로 세우는 국방 정책은 정치 포퓰리즘이다.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안정화 작전을 펴야 할 병력이 지금도 모자란다. 미 랜드연구소는 북한 안정화 작전에만 최소 26만~40만명 이상 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가능성 역시 '설마 그런 일이 있겠느냐'고 무시한 것이다. 북한과 평화 공존이 이뤄져 간다 하더라도 병력 감축은 상호 균형을 맞추면서 조심스레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오판을 막는다. 미리 알아서 더 줄인다는 것은 안보보다 정치를 우선하는 것이다.

이번 국방 계획에선 북한과 전면전 시 평양을 조기에 점령한다는 '공세적 신작전 수행 개념'도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념은 우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전략이다. 이런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억지력이 된다. 이를 없앤다는 건 '설마 북이 남침하겠느냐'는 생각으로 북에 잘 보이려는 것 아닌가. 새 국방 계획은 핵·미사일을 막기 위한 '3축 체계'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내용을 보면 상당 부분 약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국방 계획은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 계엄 문건 사건으로 군내 하극상이 벌어지고 국방장관은 경질설에 휩싸였다. 부하 장교는 장관에게 항명하고, 사실상 식물 상태인 장관은 부하와 거짓말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 와중에 국방 계획 보고회가 열렸지만 이목은 계엄 문건 사건에만 쏠렸다. 이런 정부와 군에 '국방 계획은 최악의 사태를 전제로 수립해야 한다'는 말이 들릴 리 없다. 다음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군 복무 기간 단축을 공약할 것이다. 국민이 그 후보를 낙선시켜야 하지만 오히려 표를 더 얻는다. 안보를 외국군에게 맡긴 나라는 정신이 썩는다고 한다. 언젠가는 그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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