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 2부 ⑩] 유동열 "북한 비핵화는 김정은정권없어져야 가능"

입력 2018.07.25 21:05 | 수정 2018.07.26 17:24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지난 16일 “절대 권력을 구축한 김정은은 의지만 있다면 1개월 안에 비핵화를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유 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자유민주연구원에서 가진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에서 “한 달이면 가능한 일이 2년이나 걸린다며 질질 끄는 건, 비핵화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원장은 “북한은 화성-15형 해체쇼를 하며 미국 본토를 공격할 핵을 없애는 차원에서 정치적 타협을 생각할 것”이라며 “비핵화는 김정은 정권이 없어져야 가능하다”고 했다.

유 원장은 이와 같은 비판적 전망의 이유에 대해 “북한 노동당 규약에는 ‘남한을 적화통일해 공산화하는 게 목표’라고 명시돼 있으며 북한은 이를 바꾸지 않았다”며 “대한민국의 공산화라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그대로이고, 일정 기간 내의 세부적 행동인 ‘전술’만 바꿨다”고 했다.

유 원장은 “북한이 최근 대화에 협조적인 이유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달리 지금 정부는 북한이 하자는 대로 그대로 따라줬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하는 행동에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맞는 대화를 해 나가야 한다”며 “그런데 이제는 북한을 받들어 모시기는 정책까지 펴는 것 같다”고 했다. 유 원장은 “담보장치 없는 종전선언은 전쟁선언과 마찬가지”라며 “베트남이 파리평화협정을 맺고 적화된 선례를 잘 봐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유 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자유민주연구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최근 북한의 비핵화 속도가 더디다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현 정부는 남북관계가 예전보다 좋아진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달리 지금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유화 분위기까지 온 것은 북한이 하자는 대로 그대로 따라줬기 때문이다. 북한이 하는 행동에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나. 북한은 이번 유해송환 회담에서도 약속해 놓고 정해진 날짜에 나오지 않았다. 왜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기는지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게 한 번이라도 쓴소리를 한 적이 있나. 그러지 않으니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진행하는 거다.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맞는 대화를 해 나가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도 북한의 비위를 맞춰주는 정책을 폈었다. 문재인 정부는 한 단계가 더 늘었다. 이전에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눈치를 보다가 비위를 맞추는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북한을 받들어 모시기는 정책까지 펴는 것 같다. 최근 이낙연 총리의 발언은 북한을 받들어 모시는 단계의 정책이었다. 통일은 내일이라도 할 수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연방제, 아니면 적화통일을 하려면 내일 통일 해도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나.”

-현 정부는 왜 그렇게까지 북한 위주의 정책을 펼치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햇볕론’에 기반을 둔 대북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가 북한에 잘해주면 북한도 우리에게 잘해줄 거라는 성선설에 따른 대북정책이다. 그런데 이 햇볕정책은 악하게 나오는 북한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 대북정책을 펼 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써야 하는데, 햇볕정책은 일방적으로 당근만 주는 대북정책이다. 판문점 선언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계승했는데, 모두 북한을 우호적으로 보는 입장에서 합의문이 나온 것이다.”

-북한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부족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 남북관계를 분석할 때 북한 정권의 목표인 ‘대남 적화혁명’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 왜 갑자기 평창 동계올림픽에 왔는지 정치외교적 관점이 아닌 대남 전략적 관점에서 분석해보자. 일단 북한은 노동당 규약에는 ‘남한을 적화통일해 공산화하는 게 목표’라고 명시돼 있다. 북한 입장에서 판문점 선언까지 오게 된 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인한 북한 내부의 상황변화 때문이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북한을 선제공격하겠다고 하니 이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남북관계를 유화적으로 만들어서 북한에 대한 압력이나 봉쇄를 막아보려는 의도였다.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미북 관계를 복원하려는 것이었다. 또 김정은의 통치 자신감도 있었다. 작년 11월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하면서 김정은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당·정·군에 대한 통제력을 과시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김정은은 비핵화를 언급해도 북한 내에서 반발할 세력은 없다는 자신감, 미국과 대화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이 국제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핵화를 하려면 군부나 여러 세력들이 반발하기 때문에 비핵화에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아니다. 김정은은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북한에는 장마당이 확대됐다. 김정일 때는 장마당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 밖에 안됐는데 김정은 때에는 20%까지 늘었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자본주의가 확산했다고 분석한다. 김정은이 어쩔 수 없이 장마당을 늘려준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이렇게 장마당이 늘어난 것은 김정은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김정은 말 한마디면 북한은 언제든 장마당을 폐쇄할 수 있다. 또 배급이 제대로 안 되면 김정은에 대한 원망이 자자해질 텐데 장마당을 통해 주민들이 먹고 살 수는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권 안정에 더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로 김정은은 장마당을 늘리기 직전, 전국 장마당을 2~3일간 폐쇄한 적이 있다. 김정은 북한에 대한 충분한 통제력이 있고, 장마당도 어쩔 수 없이 늘려준 게 아니라 김정은의 의지에 의해 늘린 것이다.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대화하고 남한과 대화해도 권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도 김정은이 그런식으로 경제적인 문호를 여는 것은 스스로 발등 찍는 일이라는 얘기도 있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하는 척해서 경제 제재를 막고, 북한에 국제 자본을 유치해 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 김정일 때도 나진 선봉 지역을 개방하려 했다. 서구 자본은 받아들이되 자본주의란 벌레는 막는 모기장 이론을 기반으로 한 개방이었다. 김정일 정권 말기에는 겹모기장을 치라고 했었고, 최근에 김정은은 모기장을 3중으로 치라고 했다. 그만큼 서구 자본은 받아들이되 북한 사회주의체제는 보위하겠다는 뜻이다. ‘자본주의의 황색 바람’이 못 들어오게 철저히 막고 있다.”

-북한이 신경쓰는 ‘자본주의 황색 바람’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가장 큰 것은 한류다. 북한 주민들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 지금은 중국 사람들이 일회용 비디오 같은 장치를 만들어서 북한 사람들한테 넘기는데 배터리 하나면 드라마 10편 정도를 볼 수 있다. 북한은 사상문화적인 침투를 제일 두려워한다. 한류 다음은 종교다. 지금 북한은 ‘주체사상교’라는 종교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종교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미북 정상회담은 결국 대남적화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나.

“최종 목적은 그럴 것이다. 남한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이완시켜서 무장해제를 시키려는 목적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뒤에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내걸렸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문재인 정부는 ‘북한 정권을 인정하고 남북이 각자 잘살면 되지 않겠냐’식의 생각을 갖고 있는것 같다.

“우선 용어가 잘못됐다. 우리 헌법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불법단체다. 지금 북한을 자꾸 정상국가화 해야 한다고 하고 핵보유국이라 하는데 국가라는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 물론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기 때문에 우리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체계상 남북관계가 개선됐다 해서 북한이 국가인 것은 아니다. 이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판결이다. 우리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버리면 오히려 통일은 물 건너간다. 예컨대 일본에 폭동이 일어나서 무법천지가 됐을 때 일본 정부의 요청도 없는데 우리 군이 가서 상황 정리를 한다면 침략행위가 돼버린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버리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리 군과 경찰이 북한 당국의 요청도 없이 들어간다면 주권 국가에 대한 침략행위가 된다. 우리가 미수복지역을 수복하고 남북 통합을 하겠다 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해줄 리가 만무한 상황이다. 북한은 테러 집단이고, 핵 보유집단이고, 비정상집단이라고 해야 한다. 또 ‘금반언의 원칙(이미 표명한 자신의 언행에 대해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이라는게 있다. 우리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버리면 나중에 국제사회에서 ‘너희들이 스스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했으면서 왜 너희 땅이라고 하냐’고 할 수도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의미란 무엇인가?
“북한은 정확하게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조선반도 비핵지대화’가 제일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 서방세계에서 말하는 비핵화란 북한의 과거·현재·미래의 핵무기, 핵시스템, 핵물질, 핵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까지를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하는데, 당시에는 북한이 핵이 없었기 때문에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주장하면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핵을 없애자고 했다. 즉 미국과 한국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비핵화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핵폐기를 외쳤는데 한 달 전부터 한반도 비핵화를 하겠다고 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 똑같이 말이다. 2016년 7월에 조선중앙통신의 ‘조선반도 비핵화’ 선결조치 발표에 이런 내용이 잘 드러나 있다. 미국과 남한이 핵무기를 제거해야 하고, 주한미군이 철수돼야 하며, 미국이 북한의 체제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게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다. 북한은 미국의 핵이 자신들이 아닌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무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김정은이 북한 비핵화에 나섰다고 하고 있다.

“김정은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미래핵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풍계리 폭파쇼도 그래서 한 것이다. 핵무력은 핵무기와 핵 운반수단, 그리고 의지가 있어야 완성된다. 북한은 이 세 가지가 모두 다 있다. 아마 북한은 화성-15형 해체쇼를 할 거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포기할 것이라고 할 것이다. 즉, 과거와 현재의 핵은 숨겨놓고 미래핵과 미국 본토를 공격할 핵을 없애면 나머지는 정치적으로 타협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할 의지가 없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북한은 진짜 의지만 있다면 비핵화를 1개월이면 끝낼 수 있다.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는 핵을 없앤다면 국민 동의와 상하원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여러가지 절차가 있어서 오래 걸리겠지만, 북한은 다르다. 김정은이 핵을 없애는 게 내 방침이라고 선언하고 핵무기를 없애라고 하면 1개월도 안 걸린다. 한 달이면 가능한 일인데 왜 2년이나 필요한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된다.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2년을 끌 필요가 뭐가 있겠나. 내 핵을 내가 없애는 게 아닌가. 비핵화 의지가 없기 때문에 절차, 과정을 얘기하며 질질 끄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비핵화는 언제 가능하게 될까?

“김정은 정권이 없어져야 가능하다. 나는 미북 정상회담 전에, 비핵화가 무슨 뜻인지 합의문에 개념이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사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말도 필요 없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만 확인하면 되는 일이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김정은 정권이 없어지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가능할 것이다. 김씨 일족 체제에서는 힘들다. 또 설령 북한이 핵 폐기를 해서 핵 없는 북한으로 돌아간다고 해보자. 그러면 1990년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때는 남북 간에 아무 문제가 없었나. 대남테러도발 같은 북한의 파괴적인 활동이 있었다. 핵만 없어진다고 남북간 평화가 올 것이라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비핵화가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이 착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미군 다연장로켓(MLRS) 부대가 지난 6월 19일 경기도 파주의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훈련하고 있다. 한·미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 및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8월 열릴 예정이었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 연습을 일시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EPA 연합뉴스
-그런데 최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했다.

“동맹이라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면서 정책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지금까지 그래 왔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는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동맹을 장사꾼의 관점으로 대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을 하면 이 비용의 반을 우리도 부담한다. 큰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훈련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 펜타곤은 전통적으로 훈련받지 않은 병사는 전쟁터에 내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훈련을 받지 않았는데 전쟁터에 나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매년 한미가 군사훈련을 했는데 이를 중지하는 것은 전쟁 연습을 안 한다는 것이다. 이를 안 한 상태에서 2~3년 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 본토에서 파병할 인력조차 없게 된다. 한미훈련을 안 한 신참병들을 전쟁터에 내보낼 수 없지 않겠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 자체로는 의미가 없단 뜻인가?

“그렇다. 전쟁에 대비하는 훈련을 해야 의미가 있다. 주한미군 문제는 군사적으로 볼 때는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우리의 경제적인 위상과도 연계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절반이 외국 자본이다. 외국 자본이 왜 들어오겠나. 세계 최강의 미국이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정치군사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판단 하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 한국 경제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이 외국자본 투자의 보호막인 셈이다. 또 주한미군은 지역 경제에도 큰 역할을 미친다. 필리핀 수빅에서도 미군이 나가고 나서 경제가 무너졌다. 뒤늦게 필리핀 정부가 미군에 다시 와달라고 했지만, 미국이 안 갔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이런 부가적인 효과들이 다 없어지게 된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을 막는 것뿐 아니라 동북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그래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폄훼를 하니 동맹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가지 위기에 처해있다. 스캔들을 잠재워야 하고 당장 11월에 중간선거도 있다. 북한의 핵무력완성 선언을 계기로 위기의식을 조성한 뒤 탄핵에 대한 것을 잠재우고, 그다음엔 경제를 강조하려는 것 같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한미동맹은 트럼프 시대에 들어와서 위기에 봉착했는데, 북한 입장에선 주한미군이라는 적이 있을 때 독재권력 유지하는 게 편한 면도 있다. 공포정치를 통해 지속적인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는 거다. 북한으로선 적이 사라지면 새로운 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미국을 흔드는 게 독재정권을 유지하기에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나가면 적화통일을 하기에 편하고 공격하기 편하니 이를 원하는 것이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문제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대화를 통한 남북 간 평화를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가 평화에 반대하겠나.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말하는 평화적 해결이 대화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올해가 정전협정을 맺은 지 65주년이고 판문점 선언에 종전선언 관련 내용을 담았는데, 종전선언은 합의문에 사인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실제로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 남북은 1970년 이래 총 655회의 당국자회담을 했고 245건의 합의문을 채택했는데 제대로 실천된 건 1건도 없다. 합의만 한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북한과 종전선언을 한다면, 이행에 대한 담보를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

“우선 조선노동당 규약에 나와있는 적화통일 규정을 삭제하라고 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 2010년 조선노동당 규약을 30년 만에 수정했다.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 하고 인민 대중의 자주성이 실현되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이다. 공산주의라는 단어는 없앴지만, 내용은 북한 철학 사전에 나오는 공산주의를 그대로 담았다. 껍데기만 바꿨을 뿐 변한 게 없는데, 이 규정을 없애야 한다. 두 번째로는 119만명의 정규병력을 감군하라고 해야 한다. 종전선언을 하면 전쟁이 끝난 것과 마찬가지인데 병력이 왜 필요한가. 30만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 대량살상무기도 다 해체해야 하고 정찰총국 같은 대남공작부서도 해체해야 한다. 또 만약 북한이 종전선언을 어기고 평화를 파기할 수도 있으니 중립지대에 유엔 평화유지군을 둬야 한다. 주한미군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떤 식으로든 철수할 것 같은데, 주한미군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억제력이 필요하다. 이런 장치가 없다면 종전을 합의해놓고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담보장치 없는 종전선언은 전쟁선언과 마찬가지다. 베트남도 파리평화협정을 맺고 적화되지 않았나. 파리평화협정의 교훈을 상기해봐도 문서상으로만 합의하는 종전선언은 곧 전쟁선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별다른 조건 없는 종전선언을 서두르는 느낌이다.

“평화 국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요즘 역적이 되는 분위기다. 평화라는 용어는 아주 달콤하다. 하지만 평화를 지키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인류 문명사에서는 평화를 위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나라만 살아남았다. 잘못된 평화를 파기했을 때 응징하겠다는 의지와 물리력을 가져야 한다. 평화는 전쟁을 부르며, 의지가 반영되지 않는 평화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현재 북한의 평화 공세, 대남 유화 제스처는 전략적 변화가 아니라 상황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변화에 불과하다. 전술적 변화에 불과하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자유민주연구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북한이 지난 수십년동안 속여왔듯이 지금도 그렇다는 뜻인가?

“북한이 바뀌긴 했지만, 전술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북한과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도 북한이 거절하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김정은이 올 들어 두 번이나 문 대통령을 만나줬다. 북한의 본질이 변한 것처럼 착각하면 안 된다. 공산주의 용어에서 ‘전략’은 혁명이 끝날 때까지 유지되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개념이다. 전략적 목표는 달성될 때까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대한민국의 공산화다. 이 목표는 김정은 정권이 아닌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야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전술’은 일정한 기간 내의 세부적인 행동 계획을 뜻한다. 공산주의자들의 전술은 변화무쌍하다. 조선이 일제로부터 해방됐을 때를 돌이켜보자. 당시 좌익, 우익 너나 할 것 없이 해방을 기뻐했다. 또 모스크바 3상 회의에서 한반도 5년 신탁통치안이 나왔을 때도 처음엔 모두가 반대를 외쳤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좌익 세력들이 동대문 운동장에 모여서 신탁통치 찬성을 외쳤다. 모스크바에서 평양으로, 서울로 찬탁 운동을 하라는 지령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게 전술적 변화다. 지금도 강온을 왔다갔다한다. 만약 김정은이 핵을 해체했다면 전략적 변화라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핵은 북한 만능의 보검이다. 북한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장군님의 업적’이라고 한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이 어리다고 만나주지 않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다고 하니 갑자기 김정은을 만나줬다. 북한에선 이런 일들이 핵을 가졌기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아 버리면 누가 북한을 거들떠보겠나. 현재 북한은 진심으로 핵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핵을 숨겨놓고, 미래의 핵만 포기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이익을 공유하려는 것이다. 또 대남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김정은이 정권 목표(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을 통한 한반도 적화통일)인 대남전략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이 선대 수령의 유훈(핵보유와 적화통일)을 포기하는 것이고, 조선혁명의 배신자가 된다는 말이다. 조선혁명 전통의 유일한 관철자이자 계승자라는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이 상실되는 것인데 핵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나.”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남북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북한에 정치외교적으로 편익을 줬다. 그런데 앞으로는, 가장 중요한 경제적 편익을 주려고 할 것이다. 경제적 편익의 합법적인 장이 바로 남북 간 경제협력이다. 그런데 사실 경제협력이 되려면 남북 상호 간 동일한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경제협력은 일방적인 대북경제지원에 불과했다. 개성공단만 봐도 북한은 땅만 제공하고 전력, 물 같은 건 모두 우리가 보냈다. 북한 근로자들은 임금만 1년에 1조 원씩 가져갔다. 북한이 전략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만 있는 상태에서 퍼주기만 하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나. 이것도 다 국민 세금으로 주는 것 아닌가.”

-최근 문화적 교류가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5·24 조치 위반이다. 절차적 합법성을 얻으려면 5·24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왜 5·24 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각종 남북 협력을 진행하려 하는 것일까.

“전 정부에서 만든 반민족적 조치니 자신들은 인정할 수 없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싶다. 그런 조치에 제약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5·24조치를 해제하고 도와주겠다 하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해제하느냐는 비판도 고려했을 것이다.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마식령 스키장에 선수들을 보낸 것 등 유엔 대북제재에 위반되는 것을 여러가지 했다. 이땐 유엔에 미리 양해문을 보냈는데, 역대 정부가 마련했던 지침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북한을 도와주더라도 당당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쨌든 대화를 통해 남북이 협력하면 좋은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

“대화는 하면 좋다. 하지만 어디까지 주고, 무엇은 지켜야 할지 원칙을 가지고 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헌법이 기준이다. 자유 민주주의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화해야 한다. 대화 형평성도 갖춰야 한다. 주는 게 있으면 우리도 받는 게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식당 종업원들 전원 송환을 요구하듯 그렇다면 우리도 강제로 납북된 국군 포로를 보내달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은 안 된다. 김정은은 폭압 통치자고 고모부, 이복형을 죽일 정도로 악랄한데 하루아침에 평화의 사도로 등장했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해치는 일이다. 김정은이 좋은 소리만 하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니 멀쩡한 국민들도 김정은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가질 지경이다. 악을 선으로 포장하면 안 된다. 북한 인권문제가 판문점 선언에 들어갔다면 좋았을 텐데 정부는 이런 사항을 합의문에 넣기는커녕 통일부의 북한인권과를 없애버렸다.”

-북한의 민낯은 언제쯤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나?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 내년 2~3월쯤 한미 연합훈련을 그때까지 중지했는데도 가시적 성과 없으면 드러나지 않을까. 2월 말 독수리훈련을 시작할 때쯤이 북한에 대한 미련을 버릴 시기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은 그 기한을 연장하려고 화성-15형을 해체하는 대단히 큰 쇼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이 이런 쇼를 한다면 미국 내 여론은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남북 간에는 아주 사소한 문제를 두고 군사적으로 제한적인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내려오면 우리도 교전수칙에 의해 반응하게 돼 있는데 그러다 잘못됐을 때 긴장이 고조되면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제일 좋은 것은 북한에서 거물급 고위 인사가 탈북해서 ‘김정은이 회의에서 비핵화는 쇼라고 했다’고 증언하는 것이다. 인류 문명사를 보면 엉뚱한 국면에서 역사가 바뀐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민낯은 어떤 계기로든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뜻인가?

“거짓 진실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어느 순간에 깨질지는 모르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최악의 사태에는 대비해야 한다. 만약 남북관계 깨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옵션을 취하면 우린 어떻게 할 것인지 대비책을 세워놔야 한다. 최근 문제가 되는 기무사 문건 같은 경우도 통상적인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당연히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탄핵이라는 대사건이 생겼을 때 국가의 안위를 위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군은 군 차원의 대비태세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직무유기다. 세월호 민간 사찰은 분명히 잘못했지만,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건 지금 정부가 정말 잘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국민들과 소통을 너무나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을 잘 하는 것 같지만 지지 세력과의 소통일 뿐이다. 자기와 반대편에 선 국민과도 소통하면서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정상회담 자문단을 구성할 때도 골고루 구성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했다. 한쪽에 치우친 인사들만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일방적인 얘기만 나눌 수밖에 없었던 거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 경기대 법정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미국 센트럴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 연구관,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안보대책실 선임연구관, 대검찰청 공안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국정원 국가사이버안보 정책자문위원, 자유민주연구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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