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와중에...페이스북, 중국 법인 설립 미스터리

입력 2018.07.25 08:35 | 수정 2018.07.25 11:43

중국 기업신용정보공시망에 18일 등기 마쳤는데 24일 갑자기 사라져
2009년 검열정책 탓에 철수했다가 재진출 시도...중국 개방 의지 시험대
등록지, 항저우에 본사 있는 알리바바와 협력 관측...구글은 텐센트⋅징둥 손잡고 재진출 추진

미중 무역전쟁이 종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 재진출을 추진해온 미국의 페이스북이 현지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등록지역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진 24일 중국 법인 정보를 담고 있는 국가기업신용신식시스템에서 페이스북 항저우법인이 누락돼 그 배경을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진입장벽이라고 지목해온 검열정책 탓에 중국에서 철수한지 10여년만에 다시 법인등록을 한 것이어서 이 법인의 향후 행보가 중국의 개방의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2016년 3월 베이징 텐안먼 광장 앞을 달리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웨이보
페이스북은 지난 18일자로 항저우에 3000만달러(약 340억원) 자본금의 자회사를 세웠다고 중국 인터넷 매체 화얼제젠원(華爾街見聞)등이 국가기업신용신식공시시스템을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페이스북 홍콩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문명 이름은 롄수커지항저우(脸書科技杭州)유한공사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러나 24일 이 시스템에서 롄수커지항저우유한공사가 내려졌고, 이 법인에 대한 언급이 SNS에서 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이 돌아왔다”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글에는 ‘들어온 적이 있었나?’ ‘경쟁이 좋다’ ‘텐센트는 어떻게 되나’ “구글을 더 기대한다’ ‘드디어 웨이보를 버리는 구나’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업신용신식공시시스템에서 페이스북의 중문명인 롄수(脸書)로 검색하면 페이스북과는 무관한 8개 법인만이 뜨고, 페이스북 항저우 법인의 등기번호를 입력하면 검색 결과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온다. NYT는 페이스북이 중국에서 항해하는데 얼마나 복잡한 상황에 여전히 놓여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이 이런 어려움을 뚫고 만리장성을 넘을 경우 등록지인 항저우에 본사를 둔 알리바바와 제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재진출에 나선 구글이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징둥(京東) 및 텐센트와의 협력관계를 맺은 것과 대조된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모두 중국의 검열 정책 탓에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뒤 재진출을 추진해왔다.

화얼제제원은 법정대표로 등록된 장징메이(張京梅)의 링크드인 계정 정보를 인용해 그가 작년 2월 페이스북에 입사했으며, 이전엔 레노버 PPTV 등을 거치고 훙이(弘毅)자본에서 2년 반 정도 사모펀드관리 업무도 했다고 전했다. 훙이자본은 레노버 산하 투자회사다.

페이스북은 2007년 ‘facebook.cn’ 을 등록하고 작년 5월엔 페이스북 이름이 들어가지 않은 '채색기구'(彩色氣球·Colorful Balloons)라는 사진공유 어플리케이션(앱)을 중국에서 내놓았다. 이 앱을 개발한 우거테크(Ugetech)는 작년 3월 베이징에 100만위안(약 1억 65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회사로 법정대표가 바로 장징메이였다. 페이스북이 얼굴을 바꿔 중국에 우회진출했다는 분석이 나왔던 배경이다.

중국 국가기업신용신식시스템에 올라왔다가 지난 24일 사라진 페이스북 항저우 법인 등록 내역
중국 국가기업신용신식시스템에서 페이스북 중문명에 해당한 롄수로 검색하면 페이스북과는 무관한 8개 법인만이 등장한다.
페이스북은 2008년 중국에 진출했다가 1년 만인 2009년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내 대규모 유혈충돌에 항의하는 시위 세력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들의 정당성과 요구사항을 전파한 이후 중국에서 차단됐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사진 공유 앱 인스타그램도 2014년부터 중국 접속이 막혔고, 페이스북의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도 서비스가 지난해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차단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계 부인을 두고, 중국어 학습에도 빠져있다는 사실을 홍보했으며 2016년 중국 방문 때에는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을 조깅하는 사진을 올리는 등 중국에 러브콜을 끊임없이 보내왔다.

페이스북의 대변인은 항저우 법인 설립과 관련, "우리는 중국의 개발자와 혁신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혁신 허브를 저장성에 구축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우리는 프랑스와 브라질, 인도, 한국 등 몇몇 지역에도 혁신 허브를 구축했다"고 밝히면서 "개발자와 사업가들의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는 연수와 워크숍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은 2010년 중국의 검열정책에 반발하며 철수했다가 현지 기업과 제휴하는 식으로 중국시장을 다시 노크하고 있다. 구글은 중국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텐센트의 위챗을 통해 인공지능(AI)게임 차이화 샤오거(猜画小歌)를 지난 18일 내놓았다. 텐센트와는 올 1월 특허 제휴 계약을 맺기도 했다.

구글은 또 텐센트가 대주주로 있는 징둥에 지난 6월 5억 5000만달러(약 6242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하면서 동남아 미국 유럽 등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소매 솔루션 공동개발 등 협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중국이 차단조치를 해제하면 중국 전자상거래시장도 공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신유통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알리바바 진영과 텐센트-징둥 진영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구글은 앞서 중국에서 작년 3월엔 구글 번역 앱을, 올 5월엔 앱을 관리할 수 있는 파일스 고 앱을 출시했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중국 재진출에 적극적이고 중국 당국으로선 이들의 재진출 허용이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개방 의지를 과시할 수 있는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검열은 되레 강화되고 있어 페이스북과 구글이 순탄하게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페이스북 항저우 법인 등록의 미스터리가 이를 보여준다.

특히 중국 사회의 분노를 폭발시킨 ‘가짜백신 사태’와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중국의 아픈 곳을 적시한 글들이 잇따라 차단되면서 중국의 검열 정책 강화가 또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1일 위챗 등 중국 SNS를 휩쓴 ‘백신의 왕(疫苗之王)’이라는 글은 삭제됐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문제 백신 업체 창성 바이오가 가족경영을 하고 가짜 백신에 연루된 전력 등의 사실이 뒤늦게 중국 매체에 의해 확인되는 등 실상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중국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무역전쟁, 내게 최대 수확은 계몽이었다’는 글 역시 삭제조치를 당했다. 이 글은 “자동차 수입관세율이 미국은 2.5%인데 중국은 25%인 것을 처음 알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모두 중국에 들어왔다가 쫓겨 나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미국의 첨단기술 도움이 없다면 중국 산업의 업그레이드와 ‘중국 제조 2025’ 실현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처음 알게됐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성 정책을 자문하는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중국의 검열이 과도한 수준”이라며 “미국 의회는 검열에 관련된 중국의 미디어 기업과 인터넷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금을 끌어모으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百度)와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愛奇藝)는 모두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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