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원전 가동에 터무니없는 왜곡"… 文대통령 발언은 사실일까

조선일보
  • 안준호 기자
    입력 2018.07.25 03:01 | 수정 2018.07.25 04:30

    "원전 2기는 전력 피크 전에 재가동, 2기는 피크 후로 정비 미룰 것"
    한수원, 전력수요 급증 대비해 원전 확대 계획 22일 분명히 언급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폭염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며 "원전 가동 사항에 대해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산업통상자원부가 전체적인 전력수급계획과 전망, 그리고 대책에 대해 소상히 국민께 밝혀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원전 재가동이 전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초 예정된 일정에 따른 것인데도 언론이 이를 왜곡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원전으로 폭염에 대처한다는 자료를 처음 낸 것은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만약 탈원전 정책이 없었고 원전을 재작년만큼만 돌렸어도 최근과 같은 예비 전력 위기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력수요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 24일 오후 서울 명동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전력 수급 현황판에 오후 4시 8분 현재 전력 수요가 9226만㎾라고 표시돼 있다. 이날 최대 전력 수요는 9248만㎾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전력수요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 - 24일 오후 서울 명동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전력 수급 현황판에 오후 4시 8분 현재 전력 수요가 9226만㎾라고 표시돼 있다. 이날 최대 전력 수요는 9248만㎾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연합뉴스

    이날도 최대 전력 수요는 9248만kW를 기록,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예비 전력은 709만kW, 예비율은 7.7%까지 떨어졌다. 예비율은 23개월 만에 최저치다. 예비 전력이 500만kW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거래소는 '전력 수급 위기 경보 단계'에 진입한다. 블랙아웃(대정전)의 확률이 단계별로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 상황까지 불과 200만kW만 남았다.

    ◇원전 정비 줄여 공급 늘리겠다고 한 건 정부와 한수원

    원전 가동 왜곡 논란 일지표

    대통령은 원전 재가동이 전력 부족과 상관없는 것처럼 발언했지만, 산업부와 한수원은 그동안 정반대의 자료를 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하계 전력수급 대책' 보고에서 "공급 능력은 원전 정비 감소에 따라 작년 여름 대비 572만kW 증가한 1억71만kW로 전망된다"며 "역대 최대의 공급 여력을 확보해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원전 정비가 감소한다는 것은 가동 원전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산업부는 작년 여름 정지된 원전이 8기였지만, 올여름엔 6기로 줄 것이라고 했다. 작년엔 원전 16기를 가동했지만, 올해는 2기 더 가동한다는 뜻이었다.

    이후 한수원은 지난 22일 "현재 정지 중인 한빛 3호기, 한울 2호기 등 원전 2기를 전력 피크 기간(8월 2~3주차) 이전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의 정비 착수 시기는 전력 피크 기간 이후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5일 자료와 같은 맥락이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원전 정비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에 대해 "원전의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반박해왔다. 실제로 원전의 총 정비 일수는 2016년 1373일이었지만 작년엔 2397일로 늘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정비 일수가 더 늘고 있다. 그러나 이때는 원전 정비 일자를 조정한 것이다.

    언론이 '탈원전 정부가 원전에 의존한다'고 비판하자 23일 산업부와 한수원은 뒤늦게 "이 같은 정비 계획은 4월에 이미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2016년 7월처럼 원전 19~20기 돌렸으면 전력 수급 우려 없었다

    폭염은 지난 16일 시작했다.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 7월 16~24일 원전은 전체 24기 중 19~20기가 가동됐다. 이 기간 예비 전력은 1000만kW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고, 예비율 최저치도 13.8%였다.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이른 2016년 8월 중순엔 가동 원전이 21기까지 늘었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원전 가동은 급격히 줄었다. 작년 7월 16~24일 원전은 16기, 올해 같은 기간엔 16~17기가 가동됐다. 2년 전에 비해 원전 2~4기가 적게 가동된 것이다. 원전 1기의 발전량이 평균 100만kW인 점을 감안하면 200만~400만kW의 발전량이 감소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탈원전 정책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전력 수급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번번이 빗나간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

    가장 큰 문제는 산업부가 그동안 내놓은 전력 수급 계획과 전망이 다 틀렸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작년 12월 제8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을 통해 겨울, 여름의 최대 전력 수요 전망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겨울 최대 전력 수요 목표치는 한 달도 안 돼 틀렸다. 지난 5일 여름 수요 예측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23일 깨졌다. 24일엔 오전에 내놓은 예측치가 오후에 어긋났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탈원전의 논리를 마련하기 위해 지나치게 낮은 전력 증가율을 예측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폭염만으로도 이처럼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데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전력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전력 수요 예측을 좀 더 보수적으로 여유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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