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동창리' 철거 시작했지만… 검증팀 없는 셀프 해체

조선일보
  • 김진명 기자
    입력 2018.07.25 03:01

    미사일 발사장 해체 착수

    북한이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미사일) 발사장의 핵심 시설들을 해체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우리 정부는 일제히 "비핵화의 좋은 징조"라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직접 한 약속을 이행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최근 꽉 막혀 있는 비핵화 협상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종전선언 논의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은 이미 미사일 대량 생산에 돌입했기 때문에 효용가치가 떨어진 동창리 시험장 해체는 '진정한 비핵화 조치'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북한은 검증단은 물론 외부 전문가 참관 없이 해체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참관했던 엔진 시험대 해체

    38노스는 지난 20일과 22일 촬영된 상업용 위성 사진을 분석해서 북한이 미사일 시험장의 해체를 시작했다고 판단했다. 38노스가 특히 주목한 것은 북한이 엔진 연소 시험장의 '수직 엔진 시험대'와 미사일을 발사대로 옮기는 데 쓰이는 '로켓 운반용 구조물'을 해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38노스의 북한 군사 전문가 조셉 버뮤데즈 연구원은 "이 시설들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2017년 미사일 엔진 시험하는 北 - 북한이 지난해 3월 18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 엔진 지상 분출 실험을 하는 모습. ‘38노스’는 23일 북한이 최근 서해 위성 발사장 해체 작업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2017년 미사일 엔진 시험하는 北 - 북한이 지난해 3월 18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 엔진 지상 분출 실험을 하는 모습. ‘38노스’는 23일 북한이 최근 서해 위성 발사장 해체 작업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북한은 작년 3월 김정은이 직접 참관하는 가운데 동창리의 이 수직 엔진 시험대에서 액체연료를 이용한 ICBM용 고출력 엔진의 분출 시험을 했다. 그 후 이를 통해 개발한 '백두산 엔진'을 장착한 화성-12형 중거리 미사일과 화성-14·15형 ICBM 발사에 잇따라 성공했다. 그런데 지난 22일 촬영된 사진에서 이 시험대의 상부 구조물은 거의 해체된 상태였다. 1차 조립된 1·2·3단 로켓을 발사대로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로켓 운반용 구조물도 일부 해체돼 있었다.

    그러나 38노스는 "미사일 조립·점검용 건물이나 발사대, 두 곳의 연료·산화제 저장고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미사일 발사장의 핵심 기능은 아직 북한이 손대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JS)은 이날 "북한이 이미 미사일 대량생산을 선언한 상황에서 서해 발사장의 전반적 중요도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정부는 반색하지만 전문가 참관 없어

    우리 정부는 이날 동창리 발사장 해체 소식에 일제히 반색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정부는 북한이 이번에 취한 조치가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이행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완전한 비핵화 실현에 있어 의미 있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착수 그래픽

    그러나 북한의 진의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3차 방북하기 전, 미국 측은 북한에 미국 전문가들이 동창리 현장에 가서 폐기 과정을 참관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동창리 폐기 일정과 전문가 참관 여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때처럼 북한은 이번에도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인지 검증할 전문가를 부르지 않고 자기 입맛대로 해체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이 본격적 비핵화 협상은 미루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숨통을 틔워주는 카드를 꺼내는 '살라미 전술'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창리 시설을 '맛보기' 식으로 해체한 뒤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동창리를 완전 해체해도 미국이 원하는 본격적 '핵 신고·검증'과는 거리가 있어서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맞바꿀 만한 조치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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