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호황은 끝나가는데 '반도체 이후'를 준비하지 않는 나라

조선일보
입력 2018.07.25 03:18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5년간 이어졌던 반도체 초호황이 끝나갈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한 D램 가격과 50% 점유율을 가진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 들어 18% 하락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올 3분기 중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 주력 산업 중 반도체는 압도적 세계 1위를 유지하는 유일한 품목이다.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조선업이 몰락하고 자동차·철강·스마트폰·IT 등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도 반도체는 1등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그나마 2~3%대 성장을 할 수 있는 것도 반도체 덕분이다. 작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 3.1% 중 0.4%포인트 이상을 반도체 한 품목이 이뤄냈다. 반도체는 수출의 20%, 전체 기업 영업이익의 약 4분의 1, 설비 투자의 20%를 차지한다. 반도체 없는 한국 경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 정부에는 반도체 산업을 지킬 전략도, 정책적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정부 예산 수백조원을 투입하고 온갖 정책 지원을 퍼부어가며 '반도체 굴기(崛起)'에 혈안인데 우리 정부는 지원은커녕 발목 잡는 일만 하고 있다. 고용부는 반도체 공장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덤벼들었고, 공정위·금융위는 삼성전자의 지배 구조를 흔들고 있다.

반도체 호황은 저물어 가는데 누구도 반도체 이후를 대비하지 않고 있다. '혁신 성장' '규제 혁신'은 말뿐이고 정부는 반(反)기업·반시장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래의 먹거리를 키우는 산업 전략과 경쟁력 강화 대책은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고민하는 곳이 없다. 여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은 삼성전자의 성공이 "협력업체를 쥐어짠 덕분"이라고 적폐로 몰아붙였다. 이런 나라에서 세계 1등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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