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24일 국회에서 국군 기무사령부가 작년 3월 탄핵 정국 때 작성한 계엄 검토 문건의 보고 상황을 두고 폭로전을 동반한 진실 공방을 벌였다.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이 사령관은 계엄 문건의 위험성에 대해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송 장관은 "이 사령관이 (문건을) 그냥 놓고 갔다"고 했다. 청와대가 '전 정부 기무사의 내란 음모가 의심된다'며 특별수사를 지시한 사안을 두고 국방장관과 직속 부하가 국민 앞에서 책임을 미루며 공방을 벌인 것이다.
이 사령관은 10쪽짜리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과 67쪽짜리 '대비 계획 세부 자료'의 존재 사실을 알고 지난 3월16일 이를 송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송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법사위에서 "그날 다른 일정으로 바빠서 (문건을) 놓고 가라 그랬다"고 했었다. 이 사령관은 그 당시에는 답변을 피했었다. 그러다 이날 국방위에선 "(당시) 송 장관에게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했다"면서, 지난 20일의 송 장관 발언이 "사실이 아니다"고 한 것이다. 그러자 송 장관은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다. 증인이 있다"면서 반박했다. 둘 중 한 명은 거짓말하는 것이다.
이어 송 장관과 국방부 담당 기무부대장(대령)도 서로 거짓말하고 있다며 공방을 벌였다. 한 언론은 '송 장관이 지난 9일 국방부 내부 간담회에서 (지난해 기무사가 작성한) 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그날 간담회에 동석했던 기무부대장은 보도 내용이 맞는다고 시인했다. 그동안 이 보도를 부인해온 송 장관은 기무부대장 말이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맞섰다. 두 사람은 면전에서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명예와 양심을 걸고 말씀드리는 것" "대장까지 지낸 국방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나"라고도 했다. 보는 국회의원들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기무사는 국방장관 직할 부대다. 그런데 장관과 기무사 간부들이 국민 앞에서 서로 다른 말을 하며 싸우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군 특별수사단이 수사 중인 계엄 검토 문건을 청와대가 직접 공개하며 논란을 키운 결과다. 기무사의 계엄 문건 작성 경위와 목적, 그 내용의 위법성 등은 앞으로 엄정하게 따져야 한다. 그전에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 방위를 맡겨도 되는지 국민이 군대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군 기강이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