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만 中企 1800여 곳 해외 이전, '진짜 엑소더스'는 내년부터

조선일보
입력 2018.07.24 03:20 | 수정 2018.07.24 05:50

지난해 1년간 해외에 공장을 세우거나 설비 증설 등을 한 중소기업이 1884곳으로, 5년 전보다 700여 곳 늘어났다. 해외 투자 금액은 3배로 늘었다. 그사이 국내 투자는 3분의 1 이상 줄었고 일자리도 같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무슨 글로벌 시장 전략이 있어서 해외로 나가는 게 아니다. 인건비 부담과 기업 하기 힘든 환경을 피해 살길을 찾아 생존의 탈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에 소개된 한 금형 업체의 경우 국내 공장 노동자 월급은 212만원인데 인도네시아에 세운 공장에선 47만원만 주면 된다고 한다. 기업이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종업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은 전체 근로자의 87%인 1300만명을 고용한 일자리 창출의 주축이다. 중소기업 고용 비중이 40~55% 정도인 미국·일본 등보다 월등히 높다. 중소기업이 신나서 국내에 투자하고 생산 라인을 늘리지 않으면 일자리는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의 열악한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급하게 오르고 근로시간이 단축돼 안 그래도 불경기에 고전하는 중소기업 부담이 더 늘었다.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도 올린다고 한다.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인데 중소기업의 만성적 인력난은 달라질 줄을 모른다.

한국에서 나가는 중소기업들을 다른 나라 정부들은 각종 혜택을 주면서 끌어당긴다. 인도네시아는 자국에 오는 제조업체에 대해 최대 15년 법인세를 감면해준다. 베트남은 IT(정보기술) 업체에 공장 부지 사용료를 받지 않고, 13년 동안 법인세 감면 혜택을 준다. 반면 한국 정부는 친노동 정책 기조를 치달리면서 기업 내쫓을 일만 하고 있다. 중소업계 반대에도 불구, 내년 최저임금의 두 자릿수 인상을 강행하는 것을 보고 중소기업인들은 한국을 떠나라는 사인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기업 현장에선 중소 제조업의 진짜 '엑소더스(대탈출)'가 내년에 시작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내년부터 최저 시급 8350원이 시행되고 후년부터는 직원 수 300인 미만 기업에도 근로 시간 단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국행(行)에 이어 또다시 제조업의 2차 엑소더스를 걱정할 상황이 됐다.

어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중소기업인을 '애국자'로 치켜세우고 판로 개척을 지원하겠다면서 "공영 홈쇼핑에서 국산품만 팔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책이라는 게 '국산품 애용 운동' 수준이다. 중소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노동시장 구조와 기업 환경을 개선해줄 근본적 대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