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서울·강릉 역대 가장 더운 아침
오늘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
당분간 폭염·열대야 반복될 듯

111년 만에 가장 무더운 아침이었다. 23일 서울 아침 기온이 1907년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29.2도까지 치솟았다. 이날은 1년 중에서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다.

아침부터 폭염이 시작된 것은, 전날 기록적인 열대야(熱帶夜)현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열대야는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 계속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깊은 새벽까지 열기가 식지 않고 그대로 이날 아침 무더위로 이어진 것이다. 열기가 밤낮으로 일종의 '바통터치' 하면서, 점점 더 증폭되는 형국이다.

전국적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 오후 서울 세종대로가 지열로 이글거리고 있다.

제10호 태풍 '암필(AMPIL)'의 영향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암필이 동반한 구름대가, 마치 이불처럼 대기권을 덮어서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두터운 구름이 열기를 꽉 눌러 잡아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아침기온(29.2도)은 △1994년 8월 15일(28.8도) △2014년 8월 2일(28.7도) △1994년 7월 29일(28.7도) 등의 기존 기록을 갈아엎고 역대 가장 더운 아침으로 기록됐다. 강릉 아침기온도 111년 만에 최고점인 31도를 찍었다. 기존 아침기온 최고치는 2013년 8월 8일 30.9도였다.

이 밖에 지역별 아침기온은 울진 29.3도, 포항 29도, 수원 28.2도, 부산 27.5도, 대구 27.4도, 청주 27.4도, 광주 26도, 제주 27도를 기록했다.

전국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전국 대부분 낮 최고기온은 평년보다 4~7도 높은 35도 안팎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아프리카처럼 덥다는 뜻에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7도로 관측된다. 서울은 36도까지 치솟겠다. 광주광역시와 청주는 36도, 강릉과 춘천, 대전은 35도, 인천은 34도까지 최고기온이 오르겠다. 밤에는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겠다.

불쾌지수도 높았다. 불쾌지수가 80 이상이면 전체가 불쾌감을 느끼는 '매우 높음' 단계다.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불쾌감을 느낄 수준의 더위라는 얘기다. 민간 기상업체 웨더아이에 따르면 이날 지역별 불쾌지수 정도는 △서울경기 90 △충북 90 △충남 80 △영서 90 △영동 90 △전북 90 △전남 90 △경북 90 △경남 90 △제주 80 △울릉 80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오존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오존 농도는 서울·경기도는 ‘매우 나쁨’, 인천·강원권·충청권은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보통’ 수준으로 예상된다. 오존은 미세 먼지처럼 폐를 공격하는 등 인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가스 형태라 마스크를 써도 인체에 흡입된다. 주로 자동차 배출가스·페인트 등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여름 햇빛에 반응하면서 생성된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보통~좋음’ 수준을 보이겠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가마솥 더위’는 언제쯤 멈출까. 기상전문가들은 “당분간 낮은 폭염, 밤에는 열대야가 번갈아 찾아오겠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8월 중순까지 35도 안팎의 무더위가 지속되고, 최고기온이 37~38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폭염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계속 버틸 것으로 전망된다”며 “비라도 내려줘야 하는데, 당분간 장맛비가 내릴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