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정보국(DNI)·연방수사국(FBI)·국방부 등 정보기관의 수장(首長)과 간부들이 일제히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중국에 대해 '방첩 차원에서 가장 중대한 위협' '적인지 합법적 경쟁자인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전례 없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무역 전쟁에서 불붙은 미·중 양국의 전선(戰線)이 군사와 국제정치 분야 패권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 뚜렷하다.

CNN과 AP통신 등 외신들은 20일(현지 시각) 미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 포럼에 모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외교·안보 분야 지도부가 연일 중국의 위협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콜린스 미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임무센터 부국장보는 이날 "중국은 우리를 상대로 조용한 냉전을 벌이고 있다"며 "과거 (구소련 상대) 냉전과는 다르지만 분명히 냉전"이라고 말했다. 콜린스 부국장보는 "물리적 충돌을 원하지는 않지만 라이벌(미국)의 위상을 상대적으로 약화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힘과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으로 중국의 위협을 꼽았다. 그는 "중국은 정책 이슈에 관한 이해관계를 결정할 때 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이 아니라 중국 편을 들기를 원한다"면서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를 대체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는 것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해 서방과 대립했던 것에 빗대 "동양의 크림반도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의 간첩 행위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포럼 첫째 날인 지난 18일 "방첩 기관이 볼 때 중국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도전적이며,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면서 "그들은 전통적 스파이 행위뿐 아니라 경제적 스파이 행위를 국가적 차원에서 하고 있다. FBI가 미국 전역에서 벌이는 경제 스파이 사건 수사가 결국 중국과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다양한 차원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기술 도둑질'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19일 "미국의 산업 기밀과 학술 연구를 훔치는 중국의 도둑질에 강하게 맞서야 한다"면서 "미국은 중국이 진짜 적인지 아니면 합법적 경쟁자인지를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계 2위 국방 예산, 세계 최대 육군 정규군, 세계 3위 공군력, 군함 300척과 잠수함 60척을 보유한 중국의 군사력에 대한 경계론도 나왔다. 마셀 레트리 전 국방부 정보 담당 차관은 "중국의 군사력은 모두 현대화와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대응책으로는 체제 우위와 압도적 소프트파워를 내세우는 주장이 나왔다. 콜린스 부국장보는 "나는 규범과 규칙을 정하기 위한 싸움에서 자유 질서가 중국의 억압적 기준보다 더 강력하다는 점을 낙관한다"고 했다.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는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소프트파워는 중국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