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낮잠시간… 보육교사의 '불안한 휴식'

입력 2018.07.21 03:00

어린이집 교사 휴게시간 의무화로 8시간 근무 중 1시간은 쉬어야
보조교사 대체땐 전문성 떨어지고 교사 한명이 더많은 아이 돌보게돼

지난 18일 발생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어린이집 영아 사망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부터 어린이집 '낮잠 시간'에 경험이 적은 보조교사가 투입되거나 교사 한 사람이 더 많은 아이를 관리하고 있어 이런 불안을 키우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휴식 시간 보장이 의무화되면서 정부가 낮잠 시간을 휴식 시간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는 점심시간 이후 아이 나이에 따라 하루 1~3시간씩 낮잠을 재운다. 문제는 낮잠 시간대 보육교사의 주의 부족으로 인한 영·유아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화곡동 어린이집 사건의 경우 생후 11개월 된 아이가 낮잠을 안 자자 보육교사 김모(여·59)씨가 이불을 덮고 몸으로 눌렀다. 이 아이는 낮잠 시간이 끝나 다른 보육교사가 깨우러 갈 때까지 3시간 동안 방치돼 있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11년 서울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20개월 된 아이가 낮잠 시간에 혼자 놀다 베란다 문틈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됐다. 2014년 경기 하남시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낮잠을 자던 8개월 여아가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재워놓고 쌓인 행정 업무를 처리할 때가 잦다.

서울 성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낮잠 시간에 깨어 있는 아이를 돌보고 있다. 보육교사에게 의무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법이 7월부터 시행되자 정부는 낮잠 시간을 교사 휴식시간으로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서울 성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낮잠 시간에 깨어 있는 아이를 돌보고 있다. 보육교사에게 의무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법이 7월부터 시행되자 정부는 낮잠 시간을 교사 휴식시간으로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고운호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는 전국 어린이집에 '낮잠 시간이나 특별 활동 시간을 활용해 보육교사 휴식 시간을 보장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난 1일부터 하루 8시간 일하는 보육교사에게 근무 중 한 시간 휴식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한 어린이집 원장은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정부는 보육교사 휴식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경우 교사 한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아동 수를 법정 기준보다 2배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보육교사 한 명이 맡을 수 있는 법정 학생 수(만 4세 이상)는 20명이지만 다른 교사가 쉬는 낮잠 시간 등에는 40명까지 맡을 수 있다. 정부는 시간제 보조교사 6000명을 증원한다고 했지만 어린이집들은 "탁상공론"이라고 했다. 올해 전국 어린이집 보조교사는 3만593명으로 보육교사(19만명)의 공백을 채우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민간어린이집연합회 임진혁 실장은 "정부가 임금 일부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4대 보험료 등 비용 부담이 커 어린이집에선 보조교사 추가 고용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학부모들은 급하게 충원되는 시간제 보조교사의 질(質)을 우려한다. 그동안 보조 업무만 담당했던 이들이 보육교사를 대신해 낮잠 시간에 아동 관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 김은하(30)씨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고, 아이와 애착 관계가 덜 형성된 보조교사를 믿을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된다"고 했다.

어린이집은 보조교사 채용을 꺼리고 학부모들은 보조교사에 대해 불안해하면서 일부 보육교사들은 휴식 시간인 낮잠 시간에도 일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33)씨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궁극적으로 담임인 내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법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잠든 아이들 옆에서 보육일지를 작성하거나 순찰을 다닌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의 문제점을 이른 시일 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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