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개처럼 애교 부리는 데 6년 걸렸다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입력 2018.07.21 03:00

    은여우 길들이기

    은여우 길들이기

    리 앨런 듀가킨·류드밀라 트루트 지음 | 서민아 옮김
    필로소픽|272쪽 | 1만8000원


    푸신카는 뭘 먹으려 하지도 않고 정상적으로 잠을 자려 하지도 않았다. 다음 날 류드밀라는 비로소 기뻐하며 안도할 수 있었다. "류드밀라가 자는 사이에 푸신카가 가만히 침대 위로 올라와 그녀 옆에 동그랗게 몸을 웅크리는 것이었다." 푸신카의 행동은 더욱 친밀했는데, 류드밀라의 얼굴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을 맞대더니 팔에 두 앞발을 올려놓고 엄마 품의 아이처럼 안겼다. 그런데 '푸신카'는 개가 아니라 여우였다!

    저자 중 한 사람인 류드밀라 트루트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세포학·유전학연구소 소장으로 1959년부터 '은여우 가축화 실험'에 참여했다. 임신시킨 은여우 푸신카를 자기 집으로 데려간 것은 1974년 3월. 책은 "바야흐로 동물 행동 역사의 전례 없는 연구가 시작됐다"고 적고 있다.

    유전학을 '부르주아 과학'이라고 탄압한 옛 소련 정부의 눈을 피해 시베리아 외딴 여우농장에서 비밀리에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유전학적으로 늑대와 가장 가까운 은여우, 그중에서도 가장 온순한 여우들만을 골라 교배하고 6년 만에 귀엽고 순한 여우로 '가축화'했다. 이 실험은'늑대는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개로 진화했는가'를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출발점이 됐다. 그 실험의 전모를 처음 밝힌 이 책은 여우의 귀가 점차 접히며 위로 말린 꼬리를 흔들고 애교를 부리는 등 '개의 특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