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홍콩도 잇따라 부동산 규제…“올라도 너무 올라”

입력 2018.07.20 15:15 | 수정 2018.07.20 15:36

우리나라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해 강경 일변도의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 규제 당국도 부동산 규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이어진 초저금리로 인해 집값이 치솟으면서, 향후 가격 급락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부동산 규제 도입은 통상 주택 구매를 어렵게 만들어 국민들의 불만을 불러오는 측면도 있으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수년째 경제·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현상엔 일단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규제 당국의 공통된 판단이다.

◇세금 올리고 대출 조이는 싱가포르

싱가포르 정부는 이달 초 인지세(우리나라 취득세와 비슷) 인상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규제책을 발표했다. 2주택자에 부과되는 인지세를 7%에서 12%로 올리고 3주택자에 부과되는 인지세는 종전 10%에서 15%로 올리는 게 골자다. 또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등에게 매기는 인지세도 각각 20%, 25%로 5~10%가량 인상했다. 인지세는 구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구입 의욕을 꺾어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키는 데 주요 수단으로 활용된다.

싱가포르의 주택가 /조선일보 DB
싱가포르 정부는 이와 더불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예를 들어, 다주택자가 30년 미만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비율은 80%에서 75%로 5%포인트 내려간다.

지난해 초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인지세와 총대출액제한(TDSR) 규제를 미세 조정했다가 정책 기조를 1년 반 만에 선회한 것이다. 라빈 레논 싱가포르 금융통화청장은 새 규제를 도입하면서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어, 향후 부동산 시장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예상을 깨고 싱가포르 정부가 재차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은 것은 소강상태에 있던 집값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민간 주택 가격은 9% 넘게 올랐다.

◇ ‘미친 집값’ 홍콩은 빈집세 도입 추진

홍콩 정부는 치솟는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빈 아파트에 세금을 매기는 ‘빈집세’(空置稅)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집값이 폭등하는 상황을 악용해 신축 아파트를 비워 놓고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행태를 막기 위해서다.

‘빈집세’가 적용되면 개발업자가 분양한 아파트가 1년 이상 팔리지 않고 빈집으로 남아있을 경우, 개발업자들은 임대료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부동산 개발업자이 미분양을 핑계로 신축 아파트들을 비워 놓은 채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콩의 주택 밀집 단지 /조선일보 DB
현재 홍콩 아파트의 연간 임대 수익률은 대략 시가의 2.5%이며, 이 경우 연간 세금은 집값의 약 5%가 된다. 예를 들어 시가 20억 원 아파트의 연간 임대료가 시가의 2.5%인 50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빈집세는 연간 임대료의 두 배인 1억 원이 된다.

홍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가장 비싸 전문가들조차 ‘미친 집값’이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최근까지 집값은 26개월 연속 상승해 평균 집값이 평(3.3㎡)당 1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엔 고급 아파트 실거래가가 7억3000만홍콩달러(약 1055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부동산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홍콩 정부는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아파트를 분양하는 입찰 형식의 아파트 판매도 엄격하게 규제하기로 했다. 이런 입찰 방식으로 인해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아파트가 거래되고, 주택 시장 전반의 거품을 키운다는 것이 홍콩 정부의 판단이다.

◇편법 대출 단속해 집값 잡는 호주

호주 당국도 ‘차이나 머니’의 여파로 집값이 크게 올라 대출 규제를 강화 중이다. 지난해 말 이자만 먼저 내고 원금은 만기시에 갚는 ‘거치식 대출’을 제한한 데, 이어 올 들어선 시중은행들의 대출 심사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호주 부동산 시장은 지난 7~8년간 호황을 누렸다. 저금리 상황에서 미국, 영국, 중국계 자금이 밀려들면서 시드니와 멜버른 등 주요 도시 집값이 수년 새 50% 이상 올랐다.

그러나 당국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호주 집값도 서서히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편법 주택담보대출 증액을 문제 삼은 뒤 은행들이 서둘러 대출을 조이고 있는데다, 기관투자자의 투자도 감소 추세인 영향이다. 호주건전성감독청(APRA·금융감독기관)에 따르면 최근 시드니 지역 집값은 1년 전보다 1~2% 하락 중이다.

◇투자 과열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그러나 이러한 대출 규제와 세율 조정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된 계층이 투자 여력이 많은 부유층이나 기관투자자라서 자본 이득을 노리는 이들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컨설팅 회사인 캡제미니에 따르면, 아시아 내 현금 등 100만달러(11억원)이상의 투자 가능한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은 2017년 620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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