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혁신 지도자?…"근거없는 독재자 옹호는 위험한 발상"

입력 2018.07.20 19:08

여권(與圈) 인사들이 잇따른 ‘김정은 찬양’에 나서고 있다. 노무현 정부 장관 출신의 유시민 작가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로부터 물려받은 절대 권력을 다르게 써서 (체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느냐”며 그를 ‘혁신적 지도자’로 지칭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백성의 생활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마침내 출연했다”고 했다. 여권 인사들의 이런 발언에 대해 20일 조야(朝野)에서는 “남북 대화 국면을 유지하기 위한 메시지라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객관적 증거도 없이 독재자를 옹호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9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한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북한에 백성 생활을 더 중시하는 지도자가 마침내 출연했다”고 했다./연합뉴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이 집권 후 가장 인상깊게 한 일을 치적으로 본다면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이복 형 김정남 독살, 핵·미사일 도발 정도라고 볼 수 있다”며 “집권 7년차인 김정은이 북한 인민을 먹여 살리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할 근거는 전혀 없다”고 했다. 북한은 김정일 정권 시절 2차례 핵실험을 하고 소수의 미사일 도발을 했지만, 김정은은 그보다 많은 4차례의 핵실험과 70여 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했다. 남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이나 미북 정상회담 등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혁신적 지도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이런 식의 발언은 현 정권이 최근 악화되는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한다는 의심만 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국정원의 국회 보고에 따르면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2011년 이후 공식적으로 처형된 당·군 간부만도 200명이 넘는다”며 “장성택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단순히 정권에 걸림돌이 돼 숙청된 것이지 인민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탈북자 단체인 북한전략센터는 장성택 사건 하나만으로 노동당 간부 416명, 산하 기관 간부 300여명, 인민보안성 간부 200명이 공개 총살 또는 고문을 당하거나 강제 추방당했고 총 2만여명이 숙청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동열 원장은 “경제적으로도 김정은의 주요 치적은 미림 승마장, 마식령 스키장 등 전체 북한 주민은 누릴 수 없는 1%만을 위한 대규모 위락시설 건설”이라며 “그 돈을 민생에 부었으면 식량사정이 악화되는 등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보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5%로 2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간한 ‘세계정보·조기경보 북한 국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예상)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548만t으로 2016~2017년 같은 기간 대비 5%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쌀이 240t으로 전년보다 6% 감소했고, 감자·콩 생산량도 각각 33%, 20% 줄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어랑군의 수력발전소인 어랑천발전소 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 등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시찰에서 김정은은 “도대체 발전소 건설을 하자는 사람들인지 말자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며 내각과 노동당 경제부·조직지도부 관계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노동신문·연합뉴스
문제는 김정은이 이러한 경제적 실정(失政)을 자신이 책임지지 않고 하급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김정은이 최근 신의주 등을 찾아 현장 간부를 많이 질책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주민 대상 선전전”이라며 “계속되는 경제 피폐에 대한 책임을 하급자에게 전가해 자신의 실정을 감추려 하고 있다”고 했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여권에서 최근의 남북 대화 국면 동력을 유지하려 하는 건 이해가 가지만 방향이 잘못됐다”며 “특히 유시민 작가가 기업인들과 비교해 김정은을 칭찬한 것은 이런 의도도 넘어서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은 경제 국가 완성을 통해 본인의 지도력을 입증하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과정만 있을 뿐 결과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구체적 성과도 없이 몇 마디 말과 행동으로 ‘혁신적 지도자’로 평가받는 건 전 세계적으로 김정은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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