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가배상 거부한 유족들 2년10개월만 승소
"선원들, 승객들 두고 탈출… 해경은 퇴선조치 못해"
정부 배상금보다 많은 한 가족당 6억원 안팎 결정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법원은 “희생자들에게 1인당 2억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 9월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10개월 만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이 재판에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9일 1심 법원의 판결 직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이상현)는 19일 전명선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유족 355명이 국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배상책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재판부는 “청해진해운은 과적과 고박불량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켰고, 세월호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내 대기를 지시한 뒤 자신들만 먼저 퇴선했다”고 했다. 또 “목포해경 123정 정장은 승객 퇴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서 “이에 따라 국가와 청해진해운은 손해배상책임을 공동으로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청해진해운은 이미 파산한 상태여서 배상책임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상태다. 정부가 먼저 배상한 뒤 청해진해운 측 관계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 채 긴 시간 동안 공포감에 시달리다 사망했으며, 유족들도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겪고 현재까지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책임 소재와 배상과 관련한 분쟁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가 사회에 미친 영향이 중대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의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희생자에 대한 위자료는 2억원으로 책정됐다. 이와 함께 법원은 희생자 친부모들에게는 각각 4000만원의 위자료를, 형제자매와 조부모 등에게는 각각 500만~200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정부가 책정해 지급한 국가배상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하고, 국민 성금이 지급된 점 등을 감안했다.

이번 소송은 2016년 정부가 ‘4·16 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한 배상금과 위로금을 받지 않은 유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당시 보상심위는 희생자 1인당 유가족 위자료를 포함해 1억원과 국민성금 가족당 2억1000만~2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경우 1인당 평균 4억7000만원(국민성금 포함)을 받았다.

이번 판결에 따라 정부는 한 가족당 6억원 안팎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앞서 정부가 지급한 국가배상금과 국민성금보다 많은 금액이다. 부모가 모두 소송에 참여한 경우가 많아서다. 부모와 형제·자매가 모두 소송에 참여한 경우 최대 7억원 가까이 배상해야 한다.

유가족들은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식과 가족을 잃고 돈을 바라는 사람은 없다”며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판결문에 명시하기 위해 이 소송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의 힘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버티며 싸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