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이후 '가장 짧은 장마'가 끝나고 이른 폭염이 시작된 가운데, 일부 편의점이 에어컨 가동을 미루고 있다. 폭염 기간은 길어졌는데 그 기간만큼 에어컨을 틀었다가는 냉방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다. 75㎡(약 23평) 규모 편의점의 경우 하루 24시간 에어컨을 가동하면 한달 100만원 가까운 전기요금이 나온다고 한다.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더운 공기가 밀려왔다. 편의점 안에는 선풍기 2대만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 편의점 점주는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는 뛰는데 냉방비라도 아끼려 에어컨을 꺼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의 한 편의점은 야간에는 에어컨을 끄고 영업한다. 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야간에는 아무리 더워도 공기청정기 정도만 트는 편의점이 많다"며 "열대야가 정말 심한 날에는 손님들이 가게에 왔다가 덥다고 욕하고 돌아가는 날도 있다"고 했다.
7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서울 한 편의점 점주는 "에어컨을 안 트는 게 아니라 못 트는 것"이라고 했다. "폭염이 거의 한 달 정도 일찍 시작된 데다 더위가 오래갈 거라고 하니까 냉방비가 부담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편의점 점주도 "기온이 35도가 넘어가면 결국 틀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최대한 선풍기로 버티고, 손님이 뜸한 한낮에는 매장 문을 닫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폭염 경보가 내려진 광주광역시 한 편의점에서는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왜 에어컨을 안 트느냐"는 손님과 아르바이트생의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최모(21)씨는 "손수건에 찬물을 적셔서 손이랑 목을 닦으면서 일한다"며 "에어컨을 끄다 보니 초콜릿이 녹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