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일자리 증가 목표치를 32만개에서 18만개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2년간 세금 33조원을 일자리 사업에 쏟아부었거나 투입할 예정인데도 이 모양이다.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3%에서 2.9%로 낮추고 투자·소비·수출 등 주요 지표 전망치도 다 내려 잡았다. 경제가 내리막 조짐을 보인 것은 몇 달도 더 된 일인데 정부는 "경제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체감 경기와 민생이 엄중한 상황"이라고 한다. 더 이상 포장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부의 실토는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운 실험적 경제 운영이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기업 활성화라는 정공법 대신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로 급격하게 올리고 근로시간을 무리하게 줄이는 등의 친노동 실험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일자리를 민간이 만든다는 건 고정관념"이라며 '세금 고용'까지 주장한 그 정책이 성공하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실패한 정책을 더 강화하는 대책을 들고나왔다. 또 '세금 주도'다. 하반기에 정부가 4조원 가까이 더 풀고, 내년부터는 세금으로 저소득 근로자 가구를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 대상자는 2배, 금액은 3배 늘리겠다고 했다. 334만 가구에 3조8000억원을 뿌리겠다고 한다. 5가구 가운데 1가구가 이 세금 살포 대상이 된다. 놀라운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소상공인·중소기업인의 불만은 화살을 대기업으로 돌리려 한다. 대기업과 임대업자 등 '갑(甲)의 횡포'가 문제라는 것이다.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 서울시장,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모두 나서 조사하고, 프랜차이즈 가맹 수수료 인하하고,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고, 신용카드 수수료를 내린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프랜차이즈는 소상공인의 7%에 불과하다. 편의점도 7만여 곳 가운데 4만여 곳만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1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에 불과하다. 이마트24는 수년째 적자다. 여기에 무슨 횡포와 갑질이 있겠나. 임대료는 경기 침체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소규모 상가 평균 임대료는 2.3% 내렸다. 서울은 올랐다지만 0.36%다. 변명과 억지, 다른 쪽에 화살 돌리기로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책이 실패해 최하위층 소득이 감소하고 분배 양극화가 15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으면 그 정책을 바꿔야 한다. 대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