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원 금괴가 실린 보물선이 발견됐다." 17일 주식시장이 '보물주' 소식에 출렁였다. 이날 신일그룹은 "울릉도 인근 해저에서 러시아 철갑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전했다가 울릉도 앞바다에서 금괴와 금화 150조원어치를 싣고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전설의 보물선'이다. 신일그룹은 이날 "지난 14일 경북 울릉군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해저에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으며, 15일 함미에서 'DONSKOII(돈스코이)'라는 함명을 발견해 촬영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4일 울릉도 앞바다에서 발견됐다는 돈스코이호 선체. 함명 ‘DONSKOII(돈스코이)’가 보인다. 아래 사진은 침몰 전 돈스코이호의 모습.

이 발표에 17일 코스닥 시장에서 제일제강 주가는 전날보다 30% 오른 4160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신일그룹은 제일제강의 모기업이다. 돈스코이호 소식이 주식시장을 흔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1년에도 동아건설이 "돈스코이호를 인양 중"이라고 밝혀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증권가에서는 제일제강 주가 급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제일제강의 주가 급등이 신일그룹의 이달 초 인수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돈스코이호는 포격을 당해 함미가 대부분 파손됐다. 뱃머리는 해저 430m 지점에 걸려있고 뒷부분이 380m 수심에서 수면을 향한 상태라고 한다. 진교중(68) 신일그룹 현장기술자문위원은 "이번 발견으로 돈스코이호 존재와 침몰 위치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며 "함미를 제외한 나무로 된 상갑판과 선체 측면의 철갑 등 선체 대부분이 잘 보존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배의 실체나 금괴 존재 여부에 대해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양이 실제로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돈스코이호 인양을 위해서는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따라 매장물 추정가액 1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발굴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 돈스코이호의 경우 15조원이다. 신일그룹은 인양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가상 화폐를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괴가 실제로 발견되더라도 소유권이 신일그룹에 돌아갈지는 따져봐야 한다. 러시아 군함이기 때문에 러시아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있다.

신일그룹은 오는 30일 울릉도에서 인양한 유물과 잔해를 일부 공개하고 9∼10월쯤 본체를 인양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