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돈타령… 나토 탈퇴 협박하며 "방위비 2배로 늘려라"

입력 2018.07.13 03:00

나토 정상회의서 압박… WP "동맹의 상처에 소금 문질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12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방위비를 더 내라며 동맹국을 맹공했다. 동맹을 '돈'과 연결하는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다. 방위비 증액 분담이 없으면 미국은 나토를 탈퇴할 수 있다는 압박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동맹의 상처에 소금을 문질렀다"(미 워싱턴포스트)는 비판이 나왔다.

12일 독일 DPA통신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의 중 비공개회의를 소집해, 미국을 제외한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즉각 증액하지 않으면 미국이 국방 문제에서 단독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29개국 집단 안보 체제인 나토에서의 독자 활동은 탈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우크라이나와 아프가니스탄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도중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조지아 두 나라 정상에게 나가 달라고 요구한 뒤, 예정에 없던 회원국만의 비공개회의로 전환해 국방비 증액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팔짱 낀 트럼프·마크롱 - 11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맨 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팔을 잡고 웃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뒷모습) 캐나다 총리,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정상회의장에서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했다.
팔짱 낀 트럼프·마크롱 - 11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맨 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팔을 잡고 웃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뒷모습) 캐나다 총리,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정상회의장에서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했다. /EPA 연합뉴스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2% 선까지 끌어올리기로 정상회의 전 합의했었다. 이후 트럼프가 소집한 비공개회의에서 어떤 새로운 결론이 도출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회의가 마무리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토에서 탈퇴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며 "다른 회원국들이 (방위비 증액과 관련해) 진전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나토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은 매우 굳건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나는 나토를 믿는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 간 합의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2%'보다 두 배 많은 '4%'를 갑자기 주장해 다른 나라를 놀라게 했다. 11일 회의에서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 예산을 2% 이상으로 맞추자는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못한 23개국을 일일이 열거한 뒤, "나중에 하겠다고 하지 말고, 지금 당장 내라"면서 갑자기 "4%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는 트위터에서 '궁극적으로 4%까지 올려야 한다'고 했다.

4% 방위비는 현실과 먼 숫자다. 사우디아라비아(11%)·러시아(4%) 정도를 제외하곤 방위비가 GDP의 4%를 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3.5%)조차 충족시키지 못한다. 각국이 4%에 기준을 맞추면 전시에 준하는 군비 확장 도미노가 벌어질 수 있다. 나토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2% 가이드라인을 압박하기 위해 과장법을 쓴 것 같다"고 했고, 백악관도 "공식 제안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일단 질러놓고 보는 부동산 거래 식 화법을 외교 현장에서 남발했다"고 했다.

전날 트럼프는 독일의 저조한 1%대 국방비 부담을 지적하면서, 독일의 약점을 대놓고 헤집기도 했다. 그는 독일이 러시아 가스 도입을 위해 추진하는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을 언급하면서 "독일은 러시아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러시아의 포로"라고 했다.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과 이란 핵협정 등 각종 국제협약 파기에 이어 지난달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는 공동선언 서명을 거부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러시아를 압박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동 합의문이 채택됐다. 와해 위기까지 거론됐던 서방 자유 진영의 안보 결사체 나토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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