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현행대로"… 교육부 개편안 막은 시민참여단

입력 2018.07.13 03:00

교육부 정책숙려제 1호 '학생부 개선'… 시민들, 주요 항목 다 반대
시민들 "처음엔 개편안 지지 많았지만… 토론할수록 생각 바뀌어"

교육부가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개선하면서 시민들이 정책을 결정하도록 하는 '정책 숙려제'를 처음 실시한 결과, 주요 쟁점에 대해 시민들이 교육부 시안과 반대인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번 학생부뿐 아니라 2022학년도 대학 입시, 유치원 영어 방과 후 수업 허용 여부 등 주요 정책을 모두 시민들이 정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가 공론 조사 좋아하다 필요한 정책 추진을 제대로 못 하고 발목 잡힌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1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시민참여단이 ‘정책 숙려제’ 1호 안건인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1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시민참여단이 ‘정책 숙려제’ 1호 안건인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교육부는 지난 3월 학생부 개선 시안을 발표했다. 큰 개편 방향은 '수상 경력'이나 '자율 동아리' 등 사교육이 유발되는 항목은 삭제해 간소화하고, 학교 수업에서 이뤄지는 활동 위주로 써주자는 것이었다. 특히 과목별 교사가 학생 수업 활동을 써주는 '세부적 능력 및 특기 사항'을 모든 학생에 대해 써주도록 했다. 이 항목은 학생부를 중심으로 선발하는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중요한데, 교사들이 일부 상위권 학생만 써줘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 개편안을 '정책 숙려제' 1호로 삼고 학생·학부모, 대학 관계자 등 시민 100명에게 의견을 물어 결정하기로 했다.

시민들은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 1박 2일 합숙하며 숙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교총, 전교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등 교원·시민 단체 13곳이 '자문단'으로 참여해 각 항목에 대한 본인들 입장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했다. 예컨대 수상 경력, 자율 동아리 항목 삭제에 대해 전교조·사걱세는 찬성했고, 한국교총·한국국공립교장단 등은 반대했다.

12일 발표 결과를 보면, 시민들은 교육부 시안과 달리 '수상 경력'과 '자율 동아리'를 현행처럼 기록하되, 지침을 만드는 등 보완하자고 했다. 숙의 과정에 참여한 학부모 정지현씨는 "처음엔 '대학이 필요하다고 이런 것까지 써줘야 하느냐'며 수상 실적, 자율 동아리는 적지 말자는 분위기였는데, 토론을 할수록 아예 기재를 안 하면 애들 성장을 기록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커졌다"고 했다.

시민 참여단 관계자는 12일 브리핑에서 "(교육부 안처럼 수상 경력 등을 삭제하는 등) 한 번에 많은 변화를 주기보다는 단계적 변화를 원하는 분이 많았다"고 했다. 교육부 측은 "시민들 의견을 존중해 최종안은 7월 말 발표하겠다"고 했다.

교육부 시안에서 주요 부분이 뒤집힌 것에 대해 "앞으로도 교육부가 모든 정책을 여론에 맡기면, 정책 추진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정책 숙려제에 자문단으로 참여한 '좋은교사운동'은 12일 "시민 참여단 숙의는 현재 일어난 문제점 해결에만 치중해 교과 활동 기록 사항 틀을 바꾸는 등 변화에는 소극적이었다"며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견인차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당장 시민들이 반대하더라도 국가 미래를 고려해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데, 현 정부는 그런 결정을 시민들에게 맡겨놓았으니 한국 교육의 질이 나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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