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 남용 안했다" 재판 중 해명한 판사

조선일보
  • 한경진 기자
    입력 2018.07.13 03:00

    前변협회장 뒷조사 연루 보도에 이영훈 판사 "나와는 상관 없어"
    이재만·안봉근 실형, 정호성 집유

    "판결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1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20호 법정. 이곳에선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심리해온 형사33부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는 선고 전에 자신에게 최근 제기된 의혹에 대해 반박하기 시작했다. 재판장이 법정에서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언급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가 문제 삼은 건 최근 한 일간지의 보도였다. 그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간부로 있으면서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의 사건 수임 내역을 조사하는 데 관여한 의혹이 있고, 그 점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부장판사는 "해당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제게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기정사실화해서 이번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것은 법원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문제를 바로잡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이번 보도가 국정원 특활비 뇌물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는 것에 대한 불만의 우회적 표출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오해될 여지가 있어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른바 '사법 행정권 남용' 논란이 법정으로까지 이어져 재판장이 해명하는 사태까지 빚어진 것이다.

    검찰은 재판 직후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과 무관한 재판장 개인 신상에 관한 언론 대응은 해당 언론과 사적(私的)으로 말할 일"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 안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정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특활비 제공은 뇌물이 아니라 사용 목적대로 돈을 쓰지 않은 국고 손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적용된 '뇌물 수수 방조'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국고 손실 방조'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도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 3명에 대한 1심에서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하고, 국고 손실 혐의만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