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든 男子가 어때서… 눈치 보기엔 너무 뜨겁다

조선일보
  • 표태준 기자
    입력 2018.07.13 03:00

    피부 관리 위해 양산 드는 남자들, 열사병 70%가 남성… "양산 써야"

    밝고 화려한 여성용 양산과 달리 남성용 양산은 단순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다.
    밝고 화려한 여성용 양산과 달리 남성용 양산은 단순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다. /김현진씨 제공

    남자도 태양을 피하고 싶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양산 쓰기에 도전하는 남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화장품 회사 직원 김원(28)씨는 자외선 심한 날에는 양산을 꼭 챙긴다. 김씨는 "피부 관리 열심히 해봤자 뙤약볕 30분만 쪼이면 말짱 헛수고"라며 "양산 쓰고 다니면 의아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있지만, 립스틱 바르고 눈화장하는 남자도 있는 시대에 고작 양산 든 게 뭐 대수겠느냐"고 했다.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가리키는 '그루밍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자도 양산 써야 한다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남자 피부는 강철 피부냐" "군대에서 망가진 피부 이제라도 양산으로 보호해야 한다" 같은 내용. 한 쇼핑몰 사이트에서 '남자 양산'을 검색하면 나오는 상품만 6000여 종에 이른다. 남자도 양산을 많이 쓰는 일본에서 들여온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한국에도 남성용 양산 파는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양산 전문 업체 위헤이트유브이 박정현 대표는 "2~3년 전부터 양산 찾는 남자들이 생겨나는 걸 보고 올해부터 남성용 양산을 팔기 시작했다"며 "화려하고 밝은 느낌의 여성 양산과 달리 남성들은 큼직하고 단색에 우산 겸용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일본 그루밍족 사이에서는 이미 2013년 무렵부터 남자도 양산을 쓰자는 인식이 퍼졌다. 같은 해 '양산남자(洋傘男子)'라는 말이 일본 출판사 자유국민사가 발표하는 '유행어 대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피부 관리 용도만은 아니다. 사이타마현에서는 현재 '남자 양산 쓰기 운동'이 한창이다. 남성 공무원들이 양산을 쓰고 출퇴근하며 시민에게 양산 쓰기를 권한다. 열사병 응급 환자의 70% 이상이 남자였는데, 그 원인을 남자들은 여자들과 달리 양산이나 챙이 긴 모자를 쓰지 않기 때문으로 본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국 역시 최근 5년간 일사병과 열사병 등 온열 질환자 6500명 중 남자가 4851명(74.6%)이었다. 고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조영덕 교수는 "온열 질환으로 찾아온 남자들에게 양산을 쓰라고 권하지만, 체면 때문에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낮 12시부터 3시까지 야외에서 활동할 경우 양산이나 챙이 긴 모자를 꼭 챙기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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