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혈압약

입력 2018.07.13 03:16

평소 혈압이 정상인데 병원서 재면 높게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흰 가운 입은 의사만 보면 혈압이 오른다고 해서 '백의(白衣) 고혈압'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을 3~6년 관찰해보니 절반가량이 진짜 고혈압으로 바뀌었다. 고혈압 징조였던 것이다. 마음이 편한 집에서 잰 '가정 혈압'에 5를 더해야 진성(眞性) 혈압이다. 고혈압은 높은 숫자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낮은 수치 이완기 혈압이 90 이상일 때다. 둘 중 하나만 넘어도 고혈압이다.

▶심장은 수축하는 시간보다 이완하는 시간이 두 배 더 길다. 이 때문에 이완기의 혈압이 높은 경우가 더 나쁘다. 높은 혈압은 세포 조직에 타격을 준다. 권투에서 잽에 무너지는 것과 같다.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 차이가 40 이상 벌어지고 그 격차가 커질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도 커진다. 혈압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변하니 가정용 혈압계로 여러 번 재어 그 기록을 갖고 진단받는 게 좋다. 혈압은 특히 이른 아침에 요동친다. 일본 한신 대지진 때 심장병 사망자도 많았다고 한다. 지진이 오전 5시 46분에 나서 충격 스트레스와 '고혈압 타임'이 겹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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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오소다 소위는 태평양전쟁 당시 필리핀에서 첩보 장교로 근무했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했지만 임무 해제 명령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밀림에서 게릴라처럼 지냈다. 그러다 1974년 필리핀 중부 루방섬에서 발견되어 세상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의 혈압이 110/70으로 젊은 사람처럼 낮았다. 밀림 속에서 소금을 섭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동맥경화와 소금 과다 섭취 누적 결과다. 특히 짠 음식이 결정적이다.

▶요즘 중국산 원료로 만든 혈압약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함유됐다고 해서 고혈압 환자들이 본인 약을 확인하고 교체하느라 분주하다. 해당 환자는 18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참에 중국산을 포함하여 수입 의약품 원료를 전수조사해 '약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국내서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600만명에 달한다.

▶"혈압약은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니, 안 먹으렵니다." 고혈압으로 진단된 환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럼 의사들은 '시력이 나쁜데, 안경을 잠깐만 쓰면 되냐'고 반박한다. 일단 혈압을 정상 범위로 낮춰놔야 심장병·뇌졸중·신장병 발생을 피할 수 있다. 꺼림칙하다고 약을 끊으면 되레 위험하다. 싱겁게 먹고, 살 빼고, 운동하고, 스트레스 줄이면 혈압약 두 개가 반 알 되고, 끊는 날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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