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최저임금 43% 올리라고?

입력 2018.07.13 03:13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지난 10일 최저임금위 회의에 참석한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은 상의(上衣)에 '최저임금 온전한 1만원 쟁취!'라는 구호를 붙이고 있었다. 이날 회의는 작년보다 16.4% 오른 올해 최저임금(7530원)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는 소상공인 등 사용자위원들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참석한 자리였다.

사용자위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우니 한 번만 살려 달라"며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끝내 이를 거부했다.

지난 5일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안으로 올해보다 43% 오른 1만790원을 제시했다. 이들은 상여금·교통비 등이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되면서 실제 최저임금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을 실질적으로 받으려면 1만원보다 800원가량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마다 열리는 최저임금회의는 대개 '경영계는 동결, 노동계는 올해보다 훨씬 높은 액수'를 처음 제시하며 협상을 시작한다. 이후 양측이 간격을 좁히고 심판인 공익위원이 결정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일단 높은 액수를 불러 인상률을 최대한 높이려는 계산이라고 해도 43% 인상 요구는 많지 않은 일이다. 투쟁 슬로건으로 집회에서 할 수 있는 주장일지는 몰라도 고용에 미칠 영향과 자영업 구조조정에 미칠 여파 등 전체 국가 경제를 고려하며 인상 폭을 결정해야 할 최저임금위에서 나올 수치는 아닌 것이다.

임금을 줄 기업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없어지면 아무리 최저임금을 올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난 5월 말 문재인 대통령은 "올 1분기 하위 20% 가계 소득 감소 등 소득 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여파인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도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 이상 인상하면 내년 이맘때쯤 대통령이 더 뼈 아픈 발언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서 일하는 상당수 근로자도 이미 최저임금이 충분히 올랐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근로자 5096명에 물었더니 근로자의 15% 정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작년보다 3배가 많은 수치다. '인상을 하더라도 9% 미만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자 수는 전체의 63%에 달했다. 근로자들조차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랐으니 혹여 사장이 나를 해고하지 않을까"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가 43%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아무리 협상 전략이라 해도 장난 같고 무책임하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충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노동계도 이젠 좀 더 책임 있고 진지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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