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를 잡아가라" 초유의 최저임금 불복종 사태

조선일보
입력 2018.07.13 03:20

전국 7만여 개 편의점 점주가 가입한 편의점가맹점협회가 정부를 향해 "영세 소상공인들을 범법자와 빈곤층으로 내모는 최저임금 정책 기조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하며 동시 휴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협회 간부들은 이대로라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며 "나를 잡아가라"는 구호까지 외쳤다. 이들은 정치인도, 노조원도 아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어진다면 더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 말고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다. 350만명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소상공인연합회장도 "최저임금 불복종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들이 차라리 '전과자'가 되겠다고 한다.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는 '노동계 요구 통과위'와 같다. 이미 사용자 위원들이 제안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방안'을 부결시켰다. 대선 캠프 출신을 비롯해 친(親)노동 일색인 공익위원 9명이 한 명 빠짐없이 노동계 편에 섰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내년엔 43.3% 올리라고 한다. 정부는 대통령 공약대로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도 또다시 급격하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 충격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을 줄이는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업이나 음식점, 10~20대 아르바이트와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취업자 증가 폭은 5개월 연속 금융위기 때 수준이다. 청년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악이고, 일자리가 줄어든 하위층 근로자 소득이 줄어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있다. 노동 약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같은 약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역설을 만들고 있다. 급기야 경제 부총리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인정하는 실정이다.

최저임금위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높은 수준'이라는 응답을 한 근로자가 작년 7%에서 올해 31%로 급증했다.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선 78%가 '동결' 또는 '9% 미만 인상'을 주장했다. 정부 계획대로 '15% 이상 인상'을 주장한 응답은 19%에 그쳤다. 최저임금의 1.5배 이하 임금을 받는 하위층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다. 이들이라고 최저임금 올리는 것이 싫을 리 없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게 될까 걱정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다. 중소기업 근로자, 식당 종업원들이 청와대, 정부보다 경제를 더 알고 걱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그 나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정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현장에서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 그런데도 잘못된 일을 두 번이나 반복한다면 이 정부 경제 정책은 더 이상 평가할 가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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