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사건’ 문고리3인방 법정까지 비화…“유감” vs “부적절”

입력 2018.07.12 16:18 | 수정 2018.07.12 16:34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법정 안까지 비화되는 양상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관련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장이 법정 안에서 재판의 공정성을 우려하는 기사를 직접 유감스럽다며 반박하고, 이에 대해 검찰은 관련 없는 사건의 재판에서 법관이 개인 의견을 내놨다며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조선DB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320호 소법정.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에 대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 등 선고 공판이 열렸다. 재판이 시작되기에 앞서 재판장인 이영훈(48·사법연수원 26기) 부장판사가 판결에 앞서 한 마디 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이 부장은 “모 일간지가 이번 재판의 공정성과 관련해 기사를 냈다”며 “기사를 쓴 기자나 (정보를 제공해 준) 법조계 관계자 분이 위기에 빠진 법원을 바로잡자는 차원에서 말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9일 경향신문 보도를 두고 한 말이다. 이 신문은 ‘이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2년 동안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을 지냈기 때문에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재판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담았다.

정 전 비서관이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던 양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회동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당시 전산정보관리국이 상고법원에 반대했던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뒷조사’에 관여한 의혹이 있어 그 출신 재판장이 정 전 비서관의 재판을 심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부장판사는 “사실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번 재판 공정성의 문제를 삼는 것은 법원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문제를 바로잡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번 보도가 국정원 특활비 뇌물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까지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그렇게 오해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재판이 끝나자 검찰에서는 이 부장의 법정 발언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재판장이 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판중인 사건과 무관한 재판장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 대해 개인적인 입장은 해당 언론과 사적으로 말할 내용”이라며 “그와 전혀 무관한 사건 재판의 선고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언론보도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지 등 전혀 확인되지 않은 개인적 추측을 전혀 무관한 사건 선고에 앞서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재만 전 비서관에 대해 징역 1년6개월, 안봉근 전 비서관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청와대에 특활비를 지원한 것을 두고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들 세 명이 국고손실을 방조했다며 유죄라고 판단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여러 가지로 마음이 아프다”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그는 유죄 판결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항소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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