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자연에 '폐' 끼치지 않는 여름 휴가를

입력 2018.07.13 03:00

[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휴가철이 다가옵니다. 계획은 세우셨나요? 평화로운 리조트에서 무념무상 즐기는 휴식파, 아낌없이 쓰겠다는 쇼핑파, 맛집 순례하는 미식파…. 당신의 여행 스타일은 뭔가요? 이제 여행 유형에 추가해야 할 카테고리가 생겼습니다. 마냥 즐기지만 말고 환경·인권 생각하면서 윤리적으로 즐기자는 '착한 여행'입니다.

: 전 지구적으로 쓰레기가 이슈죠. 쓰레기에 초점을 맞춰 보니 여행 자체가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외여행 간다고 쳐요. 비행기 안부터 일회용품 천국에다 호텔에 비치된 용품도 대부분 일회용이에요. 여행 갈 때 아예 낡은 옷가지를 가져가서 여행지에서 입고 버리고 오는 친구도 있어요. 자기 집 쓰레기는 비우는데 딴 나라, 딴 동네에 쓰레기 쌓고 오는 거죠(웃음).

: 도쿄올림픽 앞두고 몇 해 전부터 외국인 대상 민박이나 공유 숙소가 붐처럼 늘었어요. 그런데 뜻밖의 문제가 생긴 거예요. 쓰레기였어요. 집을 함부로 쓰고 쓰레기도 막 버리는 외국인 투숙객이 많은 거예요.

: 이 쓰레기가 여행 테마가 됐다네요. 쓰레기 주우러 여행하는 이들이 생겼대요. '버리는 여행'에서 '줍는 여행'으로. 여행의 목적(즐기기)과 결과(쓰레기)를 바꾼 거기도 하고요. '착한 여행' '윤리적 여행' '개념 여행'이라고들 해요.

: 아직 일본에선 들어본 적이 없네요.

: 그렇다고 근엄한 여행은 아니에요. 놀이처럼 환경 보호도 즐기자는 취지예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가서 자원봉사도 하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제주도에서 자전거 타며 휴지 줍는 '바이클린'은 여럿이 같이 자전거 타면서 해서 '소셜 라이딩(social riding)'이라고 하고요. 낯선 이들과 함께 버스 타고 가서 비밀 임무 수행하듯 봉사하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 하하. 왜 일본에 아직 상륙 안 했는지 알겠네요. 잘 보면 '함께' '같이'가 전제되는 여행이잖아요.

: 하기야 싱글 친구가 볼멘소리하더군요. 취지는 다 좋은데 왜 다 '함께하는 여행'이냐고요.

: '함께' '같이'를 일본어로 옮기면 '도모니(共に)' '잇쇼니(一緒に)'로 되는데 어감이 뭔가 무거워요. 남과 무언가를 같이 하는 것 자체를 일본에선 부담스러워하거든요. 한국은 정부 정책이나 지자체 슬로건에 늘 '함께하자'는 게 들어 있는데 일본에선 그렇게 하면 거부감부터 생길 거예요.

: 좋은 취지의 여행을 함께 나누자는 건데…. 윤리적 여행 떠나는 심리엔 "나 착한 여행해" 하고 인증하고, 같이 간 이들과 공유하면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있을 거예요. 그러려면 여럿이 하게 되죠. 그러고 보니 '혼행(혼자 여행)', '혼밥(혼자 밥 먹기)' 등등 '혼놀' 전성시대인데 '혼봉(혼자 봉사)'은 못 들어봤네요.

: 일본에선 혼자 봉사 가는 사람도 종종 있어요. 최근 서일본에 폭우가 내려 피해가 컸는데 이런 자연재해 때 혼자 봉사하러 가는 이들이 있어요. '봉사 여행'은 아니지만요.

: 쓰레기 문제 나왔으니 생각나는 게 있어요. 지난주 일본 월드컵 대표팀이 벨기에전 이후 쓰레기 한 톨 없이 라커룸을 싹 치우고 간 사진이 화제였어요. "저런 건 배워야 한다"부터 "선수들이 2시간 가까운 경기 끝나고 녹초인 데다 져서 기분도 안 좋을 텐데 저렇게까지 치우는 게 과연 자연스러운 건가"까지 각양각색 반응이 쏟아졌죠.

: 한국 언론에서 많이들 다뤘던데 그런 장면이 기삿거리가 된다는 자체가 재밌었어요. 일본에선 어릴 때부터 제일 먼저 배우는 게 "남에게 폐(메이와쿠·迷惑) 끼치지 마라"는 거예요. 그 맥락에서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챙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이 환경을 염두에 두고 한 행동이라기보다 무의식적인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치웠을 거예요.

: 오, 이번 휴가 목표가 생겼어요. '자연에' 폐 끼치지 않는 여행요! 쓰레기 최대한 버리지 않고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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