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천둥소리 내는 55m 물기둥… 폭포처럼 한순간 추락하는 세월에 "나이야 가라" 주문을 왼다

입력 2018.07.13 03:00

"나이아가라" 캐나다 온타리오 여행

캐나다쪽 폭포가 더 웅장
유람선 타고 폭포 밑까지 에메랄드색 속살 엿봐
밤만 되면 대형 조명 받아 오색찬란 불꽃처럼 타올라

세인트 제이컵스
문명의 혜택 거부하는 아미시 신자들의 마을… 전통 방식으로 만든 메이플시럽이 유명

사우전드 아일랜드
1800개 작은 섬에 정원 딸린 예쁜 집들… 부호가 아내 위해 지은 하트섬 '볼트 캐슬'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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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아가라 폭포는 캐나다와 미국 국경에 걸쳐 있다. 사진 속 왼쪽 폭포가 미국, 오른쪽이 캐나다 영토에 속한다. 캐나다 쪽 폭포가 경치 면에서 좀 더 웅장한 편.
변화는 폭포처럼 일어난다. 소년에서 청년, 청년에서 중년 그리고 노년으로. 평지를 흐르던 세월은 한순간 절벽 만나 폭포처럼 추락하고, 놀라서 뒤돌아볼 땐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곳에서 흐르고 있다.

"나이야 가라!" 지난 6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폭포에 도착해 외쳤다. 한국 관광객 사이에서는 나이아가라 폭포 보며 '나이야 가라'고 외치면 속절없이 먹은 나이 10년을 되돌려준다는 얘기가 내려온다. 이 시답잖은 얘기에 코웃음 쳤던 이들도 폭포의 압도적인 풍광을 마주하면 저도 모르게 이 주문을 되뇌게 된다.

최고 높이 55m, 폭 671m에 달하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시간의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찬찬히 흐르던 강이 절벽을 만나 갑작스레 거대한 폭포가 된다. 1분에 욕조 100만 개를 채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물이 다른 층계로 곤두박질 친다. 갑작스레 세월의 변화를 느낀 많은 이들이 그래서 이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는다. 활력(vigor)이라는 단어와 나이아가라(Niagara)가 합쳐져 남성정력제 '비아그라'라는 이름이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닐 테다.

나이아가라는 활력이 넘쳐흐르는 관광지다. 폭포 주변에 세워진 호텔과 카지노의 불빛이 밤새 꺼지지 않고, 대형 관람차와 미니 자동차경주 등 각종 놀이기구에서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이 끊이질 않는다. 이 에너지 넘치는 관광지에선 모두가 잠시 시간을 거슬러 소년이 된다. 조용한 나라 캐나다에서 쉽사리 맡아볼 수 없던 술 취한 도시의 냄새가 폭포 물안개에 섞여 퍼진다. 폭포마저 취한 것인지 밤만 되면 나이아가라는 맞은편에 설치된 대형 조명을 받아 오색찬란한 불꽃처럼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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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르르 쏟아지는 폭포수를 근처에서 구경할 수 있는 ‘폭포 뒷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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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람선을 타고 폭포 바로 아래까지 다가갈 수 있다./게티이미지·캐나다관광청·표태준 기자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걸쳐져 있다. 캐나다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규모나 경치 면에서 좀 더 웅장한 편이다. 나이아가라는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 이로쿼이족 언어로 '천둥소리를 내는 물기둥'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인디언만 알던 곳이었지만, 1678년부터 신대륙 대자연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지며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빅토리아 폭포, 이구아수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라 불리는 관광명소다. 덕분에 낮이면 관광객들의 환호성에 천둥소리만큼 큰 폭포의 굉음이 묻히기도 한다.

폭포 인근을 향해 돌진하는 집라인과 폭포의 정수리를 하늘에서 바라보는 헬기투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폭포 옆으로 내려가 와르르 쏟아지는 폭포수를 코앞에서 보는 '폭포 뒷면 여행'까지 즐길 거리가 많다. 그중 반드시 해야 할 체험이 있다면 유람선 '혼블로어(Hornblower) 호'를 타고 폭포 바로 밑까지 가보는 것. 폭포에 다가설수록 굉음은 점점 커지고 꼭꼭 숨겨두었던 에메랄드색 속살이 드러난다. 55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은 사방으로 튀어 폭우처럼 쏟아진다. 비옷을 입고 타지만 옷은 속속들이 젖어들고, 현실감 없는 풍경과 속살 파고드는 시원함에 사람들은 무아지경 환호한다. 이미 다 젖어버렸으니 비옷도 체면도 다 던지고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전설의 주문 한 번 더 외쳐본다. "나이야 가라!"

시간이 멈춘 마을

폭포 여행이 너무 요란했다면, 나이아가라에서 서쪽으로 차를 이용해 1시간 50분 달리면 도착하는 세인트 제이컵스(St. Jacobs)를 들러볼 만하다. 폭포가 시간의 흐름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이었다면, 이 작은 마을은 아예 시간이 멈춰버린 곳. 전기도 가스불도 거의 쓰지 않고 종교적 교리에 따라 과거에 머무르며 사는 '아미시(Amish)' 4000여 명이 있는 곳이다. 아미시는 메노나이트교회에 속하는 보수적인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교파다. 18세기 검은 모자와 검은 양복을 입고 자동차 대신 마차를 타고 다니며, 예배당도 없이 신자 개인 집에서 예배한다. 남자는 구레나룻을 기르고 여자는 19세기 보닛을 쓰며 유럽 옛 농민 풍속을 답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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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인트 제이컵스에 모여 사는 아미시들은 자동차 대신 마차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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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통 복장을 고수하는 아미시 가족.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의 혜택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덕분에 아미시들은 손재주가 뛰어나 좋은 물건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캐나다 대표 관광상품 메이플시럽도 아미시가 만든 것이 더 맛 좋다고 소문나 있다. 마침 세인트 제이컵스에 가면 메이플시럽 박물관이 있다. 메이플시럽의 역사와 제조 방법 등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돼 있다. 관람료는 없고 사람도 없어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선물용으로 공항에서 급하게 메이플시럽을 한가득 사는 것보다 아직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아미시들이 만든 메이플시럽을 사는 것도 방법.

세인트 제이컵스는 전형적인 캐나다 시골 마을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길에 큼직한 정원 딸린 주택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다람쥐와 각종 새가 사람들 사는 정원에 쉴 새 없이 놀러 온다. 이 조용한 마을에서 그나마 가장 시끄러운 곳은 신선한 지역 식재료와 각종 물건을 살 수 있는 '세인트 제이컵스 파머스 마켓 & 플리 마켓'이다. 참여 상인만 100명이 넘는 시장으로 모두 둘러보는 데 반나절이 걸릴 정도로 규모가 꽤 크다. 야생에서 채취한 꿀, 직접 만든 퀼트나 캐나다 전통 장난감, 예쁜 돌에 그림을 그린 장식품 등 별별 물건을 다 판다. 양질의 식재료로 만든 즉석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 천국이기도 하다. 여름철(6~8월)에는 화·목·토요일, 그 외 기간에는 목·토요일에 열린다.

조용한 전원 분위기를 더 만끽하고 싶어 '웨스트 몬트로스 커버드 브리지(West Montrose Covered Bridge)'를 찾았다.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다리와 유사하게 생겨 이 지역에서는 나름 유명한 곳이다. 세인트 제이컵스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되도록 연인과 찾는 것이 좋다. 이 다리는 함께 지나는 사람과 키스를 해야 한다고 해 '키싱브리지(Kissing Bridge)'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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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인트 제이컵스에서는 목·토요일마다 장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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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슬픈 사랑 얘기가 전해지는 사우전드 아일랜드의 볼트성./캐나다관광청·표태준 기자
동화 같은 섬에 깃든 사랑 이야기

지나간 시간을 찾아 떠난 여정은 동화 속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토론토에서 동쪽으로 차 타고 3시간 거리인 킹스턴에는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풍경 펼쳐지는 '사우전드 아일랜드(Thousand islands)'가 있다. 선착장에서 크루즈를 타고 섬 구석구석을 둘러본다. 1800여 개의 작은 섬 위에 아름다운 정원 딸린 집이 동화 같은 삶을 살라며 유혹한다. 수상 스키를 타거나 낚시를 즐기는 주민들은 이곳이 낙원이라며 크루즈 탄 관광객들 향해 손 흔든다.

나이아가라 위치도
1800여 개 섬 중 가장 유명한 섬은 거대한 성 '볼트캐슬'이 있는 '하트섬'이다. 이 성에는 동화처럼 슬픈 사랑 얘기가 있다. 미국 뉴욕에 살던 부호 조지 볼트(1851~1916)는 1899년 사랑하는 아내의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이 성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공을 앞두고 아내가 심장마비로 죽었다. 실연에 빠진 볼트는 성을 버리고 사우전드 아일랜드를 떠났다. 마요네즈에 칠리소스와 토마토케첩을 넣고 피클을 다져 만든 샐러드드레싱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도 볼트의 사랑 때문에 만들어졌다. 아픈 아내의 입맛을 걱정한 볼트의 특별 요청으로 사우전드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요리사가 개발한 소스인 것이다.

무려 73년 동안 눈물 흘리며 방치됐던 이 유령 성은 이제 입장료 내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됐다. 1977년 한 회사가 이 성을 사들여 개·보수 공사를 한 뒤 관광지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혼여행지와 결혼식장으로 인기가 많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감동한 젊은 남녀들이 찾아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추억으로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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