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옛 골목 따라 걷다보니 '힐링 쉼터'

조선일보
  • 박근희 기자
    입력 2018.07.13 03:00

    [新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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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회사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피크닉’.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드리운 길을 따라 걸어가면 류이치 사카모토 특별전이 기다린다. / 박근희 기자
    지난 4월 서울 용산 대사관로(한남동)에 문 연 복합문화공간 '사운즈 한남'의 콘셉트는 레지던스, 리테일, 오피스가 모인 '어반 리조트(urban resort)'. 도심의 휴양지란 뜻처럼 주택과 상업 시설이 밀집된 지역에서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퇴계로(남창동)에 문 연 복합문화공간 '피크닉'도 마찬가지다. 허름한 주택가 끄트머리에 있던 제약회사 건물은 새 단장을 거쳐 심폐 소생된 후 도시인들을 위한 문화, 감성 수혈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도심의 골목 안까지 파고든 서울의 신(新)복합문화공간 열전!

    감각적인 전시에 미쉐린 맛집까지

    길 찾기 앱이나 지도 앱을 켜고 가면서도 반신반의한다. '이런 곳에 복합문화공간이 있다고?' 의심할 때쯤 조그만 푯말이나 간판이 보인다. 있으나 마나 한 간판을 내건 곳도 있다. 최근 문 연 라이프스타일 테마 복합문화공간들의 특징이다. 남산 자락에만 3개의 복합문화공간이 새로 생겼다.

    피크닉(02-6245-6372)은 '소월길' 안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차 한 대가 지나다닐 만한 좁다란 언덕을 오르자마자 울타리 없는 주차장부터 만난다. 정문은 없고 오래된 느티나무가 사실상 정문의 역할을 한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 3번 출구와 가깝다는 후문도 찾기는 쉽지 않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낡은 주택뿐. 피크닉 역시 1970년대에 지어진 제약회사 건물을 살려낸 재생 공간이다.

    서울 중구 남창동 ‘피크닉’ 루프톱에 있는 뮤직라운지.
    서울 중구 남창동 ‘피크닉’ 루프톱에 있는 뮤직라운지. / 피크닉
    향수를 자극하는 듯한 주황색 타일의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엔 전시 공간과 디자이너 상품 전문 독립상점 '키오스크×키오스크', 주야로 나뉘어 카페와 타파스 바로 운영되는 '카페 피크닉(kafe piknic)'과 '바 피크닉(bar piknic)', 미쉐린 맛집인 이충후 셰프의 프렌치 레스토랑 '제로 콤플렉스' 등이 들어서 있다. 건물 앞엔 식용 작물을 키우는 작은 텃밭을, 옥상 공간 한쪽은 루프톱 라운지처럼 꾸몄다. 라운지에선 남산을 조망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루프톱에 서서 바라보는 전망도 재미있다. 남산을 바라보면 녹음으로 가득한 남산의 숲이, 뒤돌아서면 남창동·회현동 일대 빌딩 숲이 보인다.

    전시기획사 '글린트'에서 운영해 수준 있는 전시를 선보인다. 개관전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일본의 류이치 사카모토 특별전 '류이치 사카모토: Life, Life'(~10월 14일). 뮤지션, 아티스트, 사회운동가로서의 류이치 사카모토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전시다. 지하부터 루프톱까지 총 5개의 층에서 만나는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번 전시에서 일본 천재 미디어 아티스트 다카타니 시로, 영화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뉴욕의 신진 아티스트 그룹 자쿠발란 등 아티스트와 협업해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월요일은 휴관하며 전시관은 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9시, 일요일은 오전 11시~오후 7시 운영.

    서점·갤러리·맛집이 함께

    사운즈 한남(02-511-7443)은 피크닉에 비하면 찾기가 수월한 편이다.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순천향병원을 지나 왕복 2차로 길가에 있다. 다만 사운즈 한남의 간판보다 '카페 콰르텟'의 빨간 간판이 더 눈에 잘 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운즈 한남’에 있는 가나아트갤러리의 분점 ‘가나아트 한남’. 29일까지 오수환 드로잉전이 열린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운즈 한남’에 있는 가나아트갤러리의 분점 ‘가나아트 한남’. 29일까지 오수환 드로잉전이 열린다. / 박근희 기자
    사운즈 한남은 스타 디자이너 조수용(카카오 공동대표)이 세운 디자인·브랜딩 회사이자 '매거진B'를 발행하는 JOH가 야심 차게 만든 도심 복합문화공간이다. 약 2000㎡(600평) 규모의 대지, 다섯 개의 건물에 꽃집 '브루니아 플라워', 레스토랑 '세컨드키친', 카페 '콰르텟', 안경점 '오르오르', 한식당 '일호식', 뷰티 브랜드 '이솝' 등 감각적인 상업공간과 가나아트센터의 전시관인 '가나아트 한남', 서점 '스틸북스', 세계 3대 경매사인 '필립스' 한국사무소 등이 중정을 중심으로 1, 2층에 걸쳐 들어서 있다. 위층은 주거와 사무실이 자리한다. 입점 준비 중인 공간도 있지만 핫플레이스로 알려지면서 이른 시간부터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맛집뿐 아니라 필립스 한국사무소, 가나아트 한남에 이어 6월 스틸북스가 문을 열며 그림과 책을 갖춘 문화 충전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총 4개 층 330㎡(100평) 규모에 꾸민 스틸북스는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 하나의 테마를 정해 책과 물건, 전시, 프로그램을 연결해 소개한다. 첫 번째 테마 '음식'에 이어 17일부터 여름 시즌에 맞춰 여행 테마를 준비중이다. 2층 가나아트 한남에선 추상화가 오수환의 드로잉전(29일까지)이 한창이다. 입점 공간마다 운영 시간이 다르다.

    호주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 마시고 쇼핑

    서촌의 작은 골목에 있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마켓엠'이 확장 이전한 중구 남산동2가 플라스크(FLASK, 02-2038-2141)도 골목 안 작은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다. 호텔과 치킨집, 분식점 등이 얽히고설킨 듯 번잡하고 어수선한 골목을 지나 플라스크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일본 오모테산도의 어느 편집숍에 발 딛는 듯한 기분이다.

    총 6층 건물의 1층은 '리딩테인먼트'란 콘셉트로 각종 도서, 잡지를 채워 넣은 서점과 일본 델포닉스를 비롯한 해외 문구 브랜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 생활 용품, 소형 가구를 만날 수 있다. 마켓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플라스크 제품도 전시, 판매한다.

    서울 중구 남산동 ‘플라스크’ 1층 편집숍.
    서울 중구 남산동 ‘플라스크’ 1층 편집숍. / 마켓엠
    서울 중구 남산동 ‘플라스크’ 2층 카페.
    서울 중구 남산동 ‘플라스크’ 2층 카페. / 마켓엠
    2층 플라스크 카페에선 마켓엠에서 수입, 판매하는 가구로 꾸민 카페에 앉아 호주 동부 해안의 아름다운 휴양지 바이런 베이의 유명 카페 '문샤인'의 커피와 빵을 맛볼 수 있다. 문샤인에서 공수한 원두를 사용해 호주 현지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기도 한다. 문샤인 커피는 신선한 산미와 더불어 진하고 깊은 맛이 특징이다. 입소문 나면서 커피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방문하는 커피 애호가들도 있다.

    3층 카페 라운지에선 매달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와의 만남 등 문화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플라스크 관계자는 "4~6층엔 남산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루프톱을 곧 오픈할 예정"이라고 했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오후 9시, 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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