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고기잡이가 문명을 만들었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인류의 역사

입력 2018.07.13 06:00

피싱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568쪽 | 1만8900원

“로마 제국에서 부유층은 흥청망청 연회를 벌여 1인당 3kg의 숭어를 먹어 댔지만, 물고기의 진가는 도시 시장과 군대 식당에서 발휘되었다. 로마 제국이 전성기일 때는 고등어 같은 하급 어종이 선원이나 군인의 식사 메뉴였는데, 가벼워서 대량으로 운반하기가 수월한 때문이기도 했다. ”

만약 어부와 어부가 잡은 물고기가 없었다면 인류의 문명은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파라오는 피라미드를 세우지 못했을 테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도 웅장한 위용을 뿜지 못했을 것이다.

고고학자이자 작가인 브라이언 페이건은 바다와 고기잡이가 인류를 어떻게 바꾸고 먹여 살렸는지를 보여준다.

초기 문명은 대부분 강어귀, 호수, 연안 아니면 대양에 접근하기 쉬운 자리에서 꽃피었다. 작은 무리에서 마을, 도시, 제국, 국가로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사람들을 먹여 살릴 식량이 중요한데, 강어귀나 호수 등은 어부들이 식량원을 지속해서 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곡물을 재배하기 전까지 인류는 사냥, 채집, 고기잡이로 식량을 획득했다. 이중 사냥과 채집은 인류가 발전하면서 각각 목축과 농경에 그 자리를 내주었지만, 고기잡이는 200만 년 넘게 식량 획득 수단으로서 위상을 잃지 않고 있다.

인류사에서 농경과 목축이 인간의 정착을 이끌었다면, 고기잡이는 탐험, 교역, 항해 등 인간의 이동 생활을 자극했다. 물가 근처에서 사는 사람들은 물고기나 조개 등 바다 식량원이 고갈되거나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로부터 식량 처가 훼손되면 풍요로운 어장을 찾아 이동했다. 또 고기잡이에 수반된 기술, 특히 배와 관련된 기술은 새로운 대륙을 탐험하고 대양을 건너 더 먼 곳에서까지 무역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북돋웠다. 게다가 물고기는 건조하거나 염장 처리하면 가벼우면서도 영양분이 풍부한 식품이 되었다. 여기에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갖춰 교역자, 탐험가, 정복자 등에게 이상적인 식량원이었다.

하지만 고기잡이를 이끈 어부와 어부 사회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대부분 어부는 바다에서 쌓은 견문을 가슴에만 묻어 두었고, 무명의 존재로 조용히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도 바로 “그런 어부들이 현대 세계가 세워지는 데 어떻게 이바지했는지 보여 주고 싶어서”다.

인류는 여전히 물고기를 마구 잡고 있고, 어장량은 걷잡을 수 없이 급감했다. 저자는 “풍요로웠던 바다를 사막화시키고 싶지 않다면, 지속가능한 어업은 월턴의 조용한 낚시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예술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편이 낫다. 안 그러면 바다에서 더 이상 물고기를 구경하지 못할 테니까”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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