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美법원 保革갈등 상징 '로 vs 웨이드' 판결

조선일보
  • 이철민 선임기자
    입력 2018.07.12 03:01

    1973년 대법이 낙태 권리 허용
    '보수' 대법관 캐버노 지명되자 민주 "낙태, 범죄화하려는 것"

    9일(현지 시각) 미 연방대법관에 보수 성향이 뚜렷한 브렛 M 캐버노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지명되자, 민주당은 공식 트위터에서 "'로 vs 웨이드' 판결을 뒤집고 낙태를 범죄화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로 vs 웨이드' 판결이 뭐길래 민주당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할까.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은 1973년 미 연방 대법원이 개인의 임신중절(낙태) 권리를 정부가 막지 못하도록 한 판결이다. 이후 이 판결은 낙태 문제를 넘어서서 미 대법원의 보수·진보 갈등을 상징하며, 두 진영 간 수십 년 된 충돌 소재가 돼 왔다.

    발단은 1969년 텍사스주 댈러스에 사는 노마 매코비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강간당했다"며 낙태 수술을 요청했다. 그러나 범죄 신고 접수도 안 된 허위 주장이란 게 곧 드러났다. 당시 텍사스 주법(州法)은 '임신부의 건강이 위험하지 않는 한' 낙태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노마 매코비의 가명인 '제인 로'를 원고로, 댈러스 검사 헨리 웨이드를 피고로 한 이 사건은 연방 대법원까지 갔다.

    대법원은1973년 1월 22일 "입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 없이, 정부가 개인의 생명·자유·재산을 박탈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14조의 '사생활 권리(the right to privacy)'를 들어, 정부가 개인의 낙태를 금하지 못하게 했다. 다만 정부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만 6개월 이상 임신' 상태에서만 낙태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 판결에 따라 낙태를 금하는 법률은 폐지됐지만, 정작 원고 노마 매코비는 이미 출산해 아이는 입양됐다.

    캐버노 판사는 '로 vs 웨이드' 판결에 대해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작년 10월, 한 불법 이민 가정의 미성년자 낙태 수술 소송에서 "정부는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고, 미성년자의 최대 이익을 보호하고 낙태 수술이 이뤄지지 않게 할 이유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미 헌법학자들은 '로 vs 웨이드' 판결이 단지 낙태 권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45년 전 대법원이 권리를 인정한 수정헌법 14조의 '사생활'은 이후 수많은 형태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미 시민자유연합(ACLU)'이 매춘 여성과 포르노 배우, 성적(性的) 소수자의 권익 향상을 외치고 보수파가 인터넷의 개인 정보 보호 강화를 요구할 때에도 '14조'를 인용한다. 또 개인이 안락사(安樂死)나, 증명되지 않은 대체의학 치료를 보장받고자 할 때에도 이 14조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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