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목줄 필요없어요… 여름 한강 '개 이기주의'

조선일보
  • 구본우 기자
    입력 2018.07.12 03:01

    한강공원 곳곳서 목줄 풀어놓자 서울시, 1시간마다 단속하기로
    올해 한강서만 과태료 193건 부과 "길거리도 아닌데 왜…" 대부분 반발

    당신에게만 ‘귀여운 개’입니다 서울의 한 한강공원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목줄을 하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다.
    당신에게만 ‘귀여운 개’입니다 - 서울의 한 한강공원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목줄을 하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다. /트위터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밭에서 푸들 2마리와 골든 레트리버 3마리가 뛰어놀고 있었다. 5마리는 모두 목줄을 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애완견이 거리나 공원에서 목줄을 하지 않을 경우 주인에게 과태료 5만~50만원이 부과된다. 개 주인인 50대 남성은 돗자리에 누워 자고 있었다. 애완견 목줄 단속에 나선 서울시 공무원이 깨워 일어난 주인은 "우리 아기(애완견)들은 절대 안 문다"며 "길거리도 아니고 공원에 풀어놓는 게 잘못이냐"고 화를 냈다.

    이날 주말을 맞아 한강공원을 찾은 회사원 김정수(28)씨는 "애완견에게 물려 사람이 죽은 적도 있는데 공원이라도 목줄 착용은 필수 아니냐"며 인상을 찌푸렸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애완견을 데리고 밖에 나오는 견주(犬主)들이 늘고 있다. 견주 중에는 애견의 목줄 착용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 이들의 단골 산책 장소인 한강공원에서는 날마다 단속 요원과 견주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진다.

    서울시의 애완동물 양육 가구는 약 82만가구에 이른다. 지난 2013년 약 70만가구에서 12만가구 정도 늘었다. 애완견은 느는데 견주들의 시민 의식은 답보 상태라는 지적이다.

    전국 개 물림 피해자 수 그래프
    2015년 이후 애완견 목줄 미착용 건으로 견주를 계도한 경우는 매해 3만건에 육박한다. 지난 1~5월 한강공원에서 애완견 목줄 미착용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193건이나 된다. 2015년 16건에 그쳤던 과태료 부과 건수는 불과 3년 만인 올해 300건을 넘길 전망이다. 단속에 걸린 견주들은 "우리 개는 목줄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물지 않는다"거나 "공원인데 상관없지 않으냐"며 적반하장인 경우가 태반이다.

    일부 견주의 주장과 달리 개 물림 피해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개에게 물려 병원으로 이송된 피해자는 2015년 1841명에서 지난해 2405명으로 매해 증가 추세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유명 한식점인 한일관 주인이 목줄 풀린 개에게 물려 숨진 사건 이후 애완견 목줄 단속을 강화해 달라는 민원이 하루에 10건 이상 들어온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애완견 목줄 단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제까지는 적발해도 계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앞으로 과태료를 엄격하게 물릴 방침이다. 시는 이달부터 공공안전관과 단속 전담반 요원들의 출동 간격을 기존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한강사업본부는 "지난해 단속 전담 요원 20명을 새로 채용했는데, 앞으로 인력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동물 보호 단체에서는 애완견이 목줄 없이 다닐 장소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애완동물 보호 단체인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애완견들이 목줄을 찬 상태로는 충분한 운동이 되지 않는다"며 "애완견이 목줄 없이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면 공원에서 목줄을 풀어 생기는 개 물림 사고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애완견 한 마리를 키우는 대학생 조민지(23)씨는 "몇 달 전 제 애완견이 행인을 물 뻔한 적이 있는데 다행히 목줄을 하고 있어 사고를 피했다"며 "목줄은 다른 시민뿐 아니라 소중한 애완견을 보호하는 장치"라고 말했다.

    이웅종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견주들이 목줄을 구속으로 여겨 풀어주는 경우가 많다"며 "개의 크기와 상관없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공공시설에서는 시민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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