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처럼… 수비수가 끝내줬다

조선일보
  • 장민석 기자
    입력 2018.07.12 03:01

    [2018 러시아월드컵]
    프랑스, 벨기에 꺾고 결승에… 센터백 움티티의 결승골 끝까지 지켜

    프랑스가 11일 벨기에를 1대0으로 꺾고 러시아월드컵 결승에 올랐다. 1998년 자국에서 개최한 월드컵 우승 이후 딱 20년 만이다. 이번 프랑스 축구 대표팀은 '응답하라 1998'을 외칠 만하다. 여러 상황이 프랑스가 유일하게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었던 그때와 흡사하게 돌아간다. 2018년과 1998년, 두 레블뢰(Les Bleus·파란색이란 뜻으로 푸른 유니폼을 입는 프랑스팀의 별칭) 군단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다.

    앙리보다 더한 애가 나왔네

    프랑스는 두 대회 모두 C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그때도 지금도 조 2위는 덴마크였다.

    두 번 다 신예 공격수가 빛났다. 1998년엔 당시 스물한 살이었던 티에리 앙리가 빠른 발로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3골로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 이후 20년이 흘러 이번엔 더한 '괴물'이 나타나 프랑스 팬들을 즐겁게 한다. 19세인 킬리안 음바페는 러시아에서 3골을 터뜨리는 등 '펠레의 재림'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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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는1998 월드컵에서 수비수들이 결정적 순간 골을 터뜨리며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다. 20년 뒤인 이번 대회에서도 수비수들은 중요한 순간 득점을 올렸다. 11일 벨기에와 벌인 4강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사뮈엘 움티티(왼쪽)와 디디에 데샹 감독. /펜타프레스 연합뉴스

    아르헨티나와 16강전(4대3 승)에서 두 차례 골망을 갈라 리오넬 메시를 좌절시켰던 그는 벨기에와 4강전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으나 활발한 몸놀림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벨기에 코치인 앙리도 대표팀 후배의 활약에 쓸쓸히 짐을 쌌다. 음바페는 이날 드리블을 7회 시도해 모두 성공했고,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여섯 차례나 연결했다.

    수비수가 골을 넣으니 우승?

    1998년 우승 원동력은 '철(鐵)의 포백'으로 불린 수비진이었다. 빅상테 리자라쥐, 마르셀 드사이, 로랑 블랑, 릴리앙 튀랑으로 구성된 네 명의 수비 라인은 세계 축구 역사상 최강 중 하나로 평가됐다.

    이들이 더욱 빛났던 이유는 공격에서도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왼쪽 풀백 리자라쥐가 조별 리그에서 득점포를 가동했고, 중앙 수비수 블랑은 파라과이와 16강전에서 연장 후반 귀중한 결승골을 터뜨려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압권은 4강전이었다. 프랑스는 오른쪽 수비수 튀랑의 연속 골로 크로아티아를 2대1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프랑스의 A매치 최다 출전자인 튀랑은 142경기를 뛰는 동안 단 두 골을 넣었는데 이 두 골이 1998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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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3대0으로 꺾고 1998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 /게티이미지 코리아

    20년이 지나 수비수들의 활약은 '평행 이론'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프랑스는 세 골을 내준 아르헨티나전을 제외하곤 5경기에서 1골만 내줬다. 세 명의 수비수가 골을 신고한 1998년처럼 이번에도 수비수 세 명이 알토란 같은 골을 넣었다.

    오른쪽 풀백 뱅자맹 파바르가 아르헨티나와 벌인 16강전에서 멋진 중거리 슈팅을 터뜨렸다. 중앙 수비수 라파엘 바란은 우루과이와 8강전(2대0 승)에서 결승골을 뽑아냈다. 또 다른 센터백 사뮈엘 움티티는 벨기에를 상대로 후반 초반 헤딩 결승골을 터뜨려 4강전 영웅이 됐다.

    프랑스야? 아프리카야?

    1998, 2018 레 블뢰의 중심에는 디디에 데샹이 있다. 20년 전 프랑스월드컵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수비를 진두지휘한 '캡틴' 데샹은 이젠 사령탑으로 20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강조한 실용 축구가 꽃을 피웠다는 분석이다.

    응답하라 1998

    아이로니컬하지만 존재감 없는 최전방 공격수도 두 대회 공통점이다. 현 대표팀 스트라이커 지루는 20년 전 스테판 기바르시처럼 한 골도 못 넣은 채 대회를 마칠 위기에 처해 있다.

    1998년의 프랑스 대표팀은 지네딘 지단(알제리), 드사이(가나), 튀랑과 앙리(프랑스령 과달루페) 등 이민자 집안 출신의 선수들이 똘똘 뭉쳐 우승을 일궈내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프랑스 특유의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였다.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져 이번 대표팀엔 엔트리 23명 중 15명이 아프리카계다. 핵심 미드필더인 폴 포그바가 기니, 응골로 캉테가 말리 출신 부모를 뒀다. 음바페는 카메룬 아버지와 알제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4강전 결승골의 주인공 움티티도 카메룬이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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