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아, 책 가게를 부탁해"

조선일보
  • 곽아람 기자
    입력 2018.07.12 03:01

    베르베르 소설부터 에세이까지 서점가에 쏟아지는 '고양이 책'
    고양이 키우는 1인 가구 급증, 30~40대 여성 독자가 많이 사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건 금물이지만, 책 가게는 맡겨도 될 것 같다. 일단 소설부터! 지난 5월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고양이'는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국내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찍으며 순항 중이다. 고양이 눈으로 인간 세상을 본다는 설정의 이 작품은 지금까지 20만 부 팔렸다. 열린책들 김영준 주간은 "고양이를 다뤘다는 점에서 젊은 층이 '베르베르, 아직도 힙한 구석이 있네'라며 주목한 것 같다"고 했다.

    에세이 시장은 그야말로 고양이 붐이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새로 나온 에세이' 매대엔 고양이 책만 10여 권 낸 '고양이 작가' 이용한씨의 '당신에게 고양이'가 놓여 있었다. 5~6월에도 '내 고양이 박먼지', '고양이는 내게 나답게 살라고 말했다', '인생은 고양이처럼' 등 에세이가 쏟아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출간된 고양이 관련 도서는 모두 236종, 판매량은 11만3739권이다. 이는 5년 전 동 기간에 비해 출간은 약 1.5배, 판매량은 2배 증가한 수치다.

    고양이의 매력이 출판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에 이런 문장이 있다. ‘고양이의 생각: 인간은 나를 먹여주고 지켜주고 사랑해 준다. 인간에게 나는 신이 분명하다.'
    고양이의 매력이 출판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에 이런 문장이 있다. ‘고양이의 생각: 인간은 나를 먹여주고 지켜주고 사랑해 준다. 인간에게 나는 신이 분명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요즘 트렌드는 소셜 미디어의 '스타 고양이'와 주인 간의 동거기다. 지난달 나온 '고양이의 주인이 되어보았습니다'는 인기 유튜브 채널에 등장하는 고양이 '아리'와 그 주인이 8년간 동거한 이야기. '히끄네 집'의 히끄도 인스타그램 팔로어 14만명을 둔 스타 고양이다. 자칭 '히끄 아부지' 이신아씨가 길고양이 히끄를 입양해 키우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지난해 10월 출간돼 인터넷 교보문고 종합 1위를 차지하며 1만5000부가량 팔려나갔다. 책을 낸 야옹서가 고경원 대표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사정상 키울 수 없어 남의 고양이 사진만 들여다보며 즐거워하는 이른바 '랜선 집사'들이 히끄에 대한 굿즈 같은 개념으로 책을 간직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사'란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고양이 시중 드는 이로 낮춰 지칭하는 말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반려묘 수는 약 232만 마리로, 662만 마리인 개의 절반도 안 되지만 출판시장에서의 열기는 '강아지 책'보다 후끈하다. 화가 김병종 서울대 교수가 세상 떠난 반려견을 그리워하며 쓴 '자스민, 어디로 가니?' 같은 '강아지책'이 잔잔한 분위기에서 판매되는 데 비해 '고양이책'은 충성도 높은 '집사'들의 응원에 힘입어 뜨겁게 팔려나간다. '책 읽는 사람'의 고요한 이미지가 고양이와 겹치는 것도 열풍에 한몫한다. '고양이는 예술이다'를 낸 은행나무 출판사 윤이든 대리는 "책 읽고 글 쓰는 사람들은 애정을 갈구하는 개보다 조용히 곁을 지키는 고양이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 우리 책도 애서가와 고급 독자층을 겨냥한다"고 했다. 베르베르는 기자 시절 한 소설가를 인터뷰하면서 그의 곁에 머무는 고양이를 보고 생각했다. "나를 지켜보고 내게 영감을 주는 고양이와 함께 집에서 조용히 일하는 것, 이게 바로 내가 꿈꾸는 삶이야."

    그렇다면 지금 왜 고양이책인가. 1인 가구의 증가가 큰 요인이라는 것이 출판계 분석. 출판평론가 한미화씨는 "늘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개보다 손이 덜 가는 고양이를 많이 키우는 1인 가구가 출판시장의 주 구매층인 30~40대 여성 독자와 겹치는데, 이들이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바람을 타고 '히끄네 집'을 낸 야옹서가 같은 고양이 책 전문 출판사, 서울 혜화동 고양이책 전문 서점 '슈뢰딩거'처럼 이른바 '냥덕' 독자들을 겨냥한 '고양이 마케팅'이 출판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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