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 부는 공룡'이 나타났다!

조선일보
  • 김경은 기자
    입력 2018.07.12 03:01 | 수정 2018.07.12 07:01

    스물에 獨 명문악단 플루트 수석 김유빈, 예술의전당서 첫 독주회

    이제 스물한 살인데,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을 꿰찼다. 클래식 본고장인 유럽에서 금빛 플루트 하나로 '동양인은 관악기를 못 분다'는 편견을 깨부순 김유빈(21). 열여섯에 플루트 강국 프랑스로 유학가 2014년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플루트 부문 1위 없는 2위를 하고, 2015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페스티벌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2016년 지휘 거장 이반 피셔가 이끄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최연소 플루트 수석으로 들어가더니 입단한 지 열 달 만인 지난해 10월 종신 수석이 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오는 21일 국내 첫 독주회를 앞두고 서울에 온 그는 "동료가 생긴 게 무엇보다 기쁘다"며 "악단에서 30년 일한 플루트 부수석 안트예는 '엄마뻘'이고, 피콜로 주자 다니엘은 여섯 살 많지만 우리끼린 죽이 잘 맞는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유빈. 8년 전 우리나라에서 산 플루트를 여전히 쓰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유빈. 8년 전 우리나라에서 산 플루트를 여전히 쓰고 있다. /고운호 기자

    별명이 '피리 사우루스', 즉 피리 부는 공룡이다. 서울시향 단원들이 "나이가 어린데도 연주를 정말 잘한다. 그야말로 피리 부는 괴물이 나타났다!"며 붙여준 것이다. 가녀린 플루트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더니, 177㎝ 건장한 체구의 그가 "플루트는 날개 달린 천사가 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알고 보면 뱃심이 클수록 울림이 좋아지는 악기가 플루트예요. 당당하고, 터지고, 홀을 가득 채우는 소리를 다 낼 수 있어야 변화무쌍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죠."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첫 리허설을 할 때다. '나대면 안 될 것 같아' 조심스럽게 불었더니 지휘자 피셔가 "너무 굳어 있다. 너만의 소리를 내라"고 조언했다. 덕분일까. '전차 군단' 독일 축구처럼 강철 사운드를 과시하는 독일 악단에서 김유빈의 플루트는 옹골차다. 솔로일 땐 안개 낀 숲처럼 촉촉한 색채를 내뿜고, 단단한 빛줄기처럼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온다. "그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무대가 이번 독주회"라고 자신했다. 프랑스 음악으로 1부, 독일 음악으로 2부를 채우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그는 라이네케가 쓴 플루트 소나타 '운디네'를 선보인다. "물의 요정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당해 오열하는 장면이 4악장에 나와요. 플루트의 절규를 보실 수 있죠."

    열여섯 살, 가장 예민할 나이에 홀로 유학을 갔다. 어느 날인가 자다가 깼는데 얼굴이 흠뻑 젖어 있었다.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이 잠결에 눈물로 사무치게 나온 거예요." 첫 월급을 대전에 계신 부모님께 몽땅 드렸다.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한 '방탄소년단'은 이름만 알 뿐 쉴 때조차 클래식을 듣는다. "악단의 숨가쁜 일정을 따라가려면 늘 듣고 연구해야 하니까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 그날 연주를 맡은 독주자가 화려하게 기교를 뽐내는 부분인 카덴차 역시 그가 직접 작곡한다고 했다. "연주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게 카덴차인데, 남이 만들어놓은 걸 가져다 쓰면 안 되잖아요?" '유빈 김 카덴차'라고 쓴 악보엔 그가 손으로 그린 음표가 꼬물대고 있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목표"란다. 꽉 채운 칸보다 앞으로 채워갈 빈칸이 더 많은 그였다.

    ▶FRENCH&GERMAN=2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02)338-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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