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9년에도 이 의자를 쓸까? 이 생각으로 디자인하죠"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8.07.12 03:01

    덴마크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 앤더슨 총괄 디자이너 내한
    "대 물려 쓸 수 있어야 좋은 가구… 디자인도 그만큼 신경 씁니다"

    '덴마크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산다.'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 일본인 오자와 료스케는 덴마크에 출장을 다니면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그의 저서 '덴마크 사람은 왜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살까'에선 그 이유를 '시간을 보낼 공간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했다. 인생은 곧 시간이다. 혼자서 혹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좋아야 행복하단 얘기다. 가족과 둘러앉아 밥을 먹고, 책 읽으며 생각에 잠기는 공간에는 의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덴마크=의자'란 공식이 있다.

    여기엔 '덴마크 의자=프리츠 한센'이란 공식이 하나 더 따라붙는다. 프리츠 한센은 가구 강국 덴마크를 대표하는 디자인 브랜드이다. 덴마크 남부 낙스코우에서 캐비닛을 제작하던 목수 프리츠 한센이 1872년 수도인 코펜하겐 중심가에 가구 공장을 열었고, 20세기 들어 아르네 야콥센, 카레 클린트, 한스 베그네르 등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하면서 북유럽 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10여 년 전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 3년간 매출이 10배 늘었다.

    덴마크 디자인 회사 프리츠 한센의 디자인 총괄 크리스티안 앤더슨(오른쪽)과 다리오 레이크를 아시아 지사장이 신제품 '엔(N)제로원' 뒤에 서 있다. 이들은 “국토가 작고 자원이 없는 덴마크에선 그나마 나무로 무언가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가구 디자인이 발전했다”고 했다.
    덴마크 디자인 회사 프리츠 한센의 디자인 총괄 크리스티안 앤더슨(오른쪽)과 다리오 레이크를 아시아 지사장이 신제품 '엔(N)제로원' 뒤에 서 있다. 이들은 “국토가 작고 자원이 없는 덴마크에선 그나마 나무로 무언가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가구 디자인이 발전했다”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여기엔 '덴마크 의자=프리츠 한센'이란 공식이 하나 더 따라붙는다. 프리츠 한센은 가구 강국 덴마크를 대표하는 디자인 브랜드이다. 덴마크 남부 낙스코우에서 캐비닛을 제작하던 목수 프리츠 한센이 1872년 수도인 코펜하겐 중심가에 가구 공장을 열었고, 20세기 들어 아르네 야콥센, 카레 클린트, 한스 베그네르 등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하면서 북유럽 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10여 년 전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 3년간 매출이 10배 늘었다.

    대표작이 '에그 체어'와 '시리즈 세븐'이다. 국내 어느 카페를 가도 '시리즈 세븐 체어'를 볼 수 있을 만큼 의자의 대명사가 됐다. 물론 '짝퉁'이 대부분이다. 북유럽 스타일이 뭐길래 모방을 서슴지 않을까. 프리츠 한센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크리스티안 앤더슨은 "민주적인 디자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앤더슨은 프리츠 한센이 일본 디자인 브랜드 넨도와 협업해 내놓은 의자 '엔(N)제로원' 출시를 기념해 다리오 레이크를 프리츠 한센 아시아 지사장과 최근 한국을 찾았다.

    "민주적이란 얘기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꾸릴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클럽에 가길 원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과 단란한 저녁 식사를 하길 원하지요. 삶의 방식과 맞아떨어지는 가구는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갖추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프리츠 한센의 대표작인 ‘에그 체어’(왼쪽)와 ‘스완 체어’.
    프리츠 한센의 대표작인 ‘에그 체어’(왼쪽)와 ‘스완 체어’. /프리츠 한센

    압축 성형 합판에 철제 다리만으로 이뤄진 시리즈 세븐 의자 하나는 최소 50만원을 넘는다. 수백만원대 의자도 수두룩하다. '합리적인 가격'에 대해 다시 한 번 묻자, 레이크를 지사장은 "싸다는 말이 아니다. 프리츠 한센의 의자는 한번 사면 최소 50년을 쓴다. 대를 물려서 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우린 프리츠 한센을 가구 회사가 아니라 디자인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신경 쓴다는 건 유행을 따른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유행은 독이에요. 1955년에 디자인한 세븐 시리즈는 여전히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디자인을 할 때 '2079년에도 사람들이 이 의자를 쓸까?' 혹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북유럽 디자인, 덴마크 가구와 함께 유행하는 것이 '휘게'다. "유럽 공항 서점의 베스트셀러엔 죄다 '휘게'란 단어가 들어간다"는 농담도 있다. 국내에선 화장품이나 패션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 이 단어가 빠지지 않고, 여성지는 거의 매월 '휘게 스타일'을 소개한다. 앤더슨에 따르면 휘게는 가구도, 패션도 아니며 '정신 상태'다. 그는 "케이크와 우유를 차려놓고 아들의 숙제를 봐주는 순간, 차 한 잔 마시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순간 모두 휘게다"고 했다. "어디에 앉아서 어떻게 쉴까를 상상하는 건 곧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많은 것을 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죠. 그래서 집도 작아지고 가구도 더 적어지는 추세가 계속될 겁니다. 적지만, 천천히 오래 즐길 수 있는 물건이 필요할 뿐이죠. 더 적게, 더 좋은 걸(Buy fewer, buy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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