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파키스탄 남자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 송혜진 기자
    입력 2018.07.12 03:01

    [영화 리뷰] 빅 식

    어떤 사랑은 달걀 껍데기가 톡톡 깨지듯 찾아온다. 18일 개봉하는 '빅 식'(The Big Sick·감독 마이클 쇼월터)은 우리에게 '알면 사랑한다'는 명제가 참임을 다시 확인시키는 영화다. 달걀은 껍데기를 깨뜨려야 속살을 맛볼 수 있고, 사랑이란 결국 각자의 껍질을 깨뜨리며 알아가는 과정이다. 뒤집어 말하면, 껍질을 깨지 못했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이야기는 단단한 편견에서 출발한다. 미국 시카고에서 낮엔 우버 택시를 몰고 밤엔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서는 쿠마일(쿠마일 난지아니)은 파키스탄 출신이다. 구릿빛 피부에 크고 깊은 눈과 풍성한 눈썹을 지닌 남자는 식당에서 누가 흘끔거리는 것에 익숙하다. 그들에게 이런 경쾌한 대꾸도 들려준다. "네, 저도 테러리스트가 싫어요." 쿠마일은 자신이 공연하는 클럽에서 대학원생 에밀리(조 카잔)와 마주치고 두 사람은 금세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윽고 에밀리는 대부분의 파키스탄 사람이 그렇듯 쿠마일도 부모가 정해준 여자와 정략결혼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쿠마일(왼쪽)과 대학원생 에밀리는 “둘 다 데이트를 할 상황이 아니니 더는 만나지 말자”고 해놓고도 서로 계속 연락한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쿠마일(왼쪽)과 대학원생 에밀리는 “둘 다 데이트를 할 상황이 아니니 더는 만나지 말자”고 해놓고도 서로 계속 연락한다. /FilmNation Entertainment

    영화는 주인공 쿠마일을 연기한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의 실제 사랑 얘기다. 난지아니는 미국 드라마 '실리콘 밸리'(2015년), 영화 '헬로, 마이 네임 이즈 도리스'(2015년) 등에 출연하면서 최근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배우다. 올해 미국 패션지가 선정한 '가장 섹시한 남성 12인'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서슴지 않고 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난지아니는 자신이 실제 미국에 건너온 1.5세대 이민자로서 에밀리 V 고든이라는 여성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면서 겪었던 얘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고, 그 이야기가 결국 영화 '빅 식'이 됐다. 이 영화는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인 동시에 그 이상의 얘기를 발언한다. 사람들이 특정 인종, 특정 나라를 향해 품는 편견과 오해라는 딱딱한 주제를 난지아니는 세련된 웃음에 가볍게 녹여낸다. "다른 여자와 정략결혼할 거면서 왜 나를 계속 만났느냐"고 묻는 에밀리에게 쿠마일이 "넌 그저 고등학교 때 못생겼을 뿐이겠지만, 난 1400년 된 문화와 싸우고 있는 거야"라고 대꾸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제목 '빅 식'은 충격적인 아픔이라는 뜻이다. 제목과 달리 영화는 아프다고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생채기를 놓고 훌쩍이지도 않는다. 탄산음료 기포가 터지듯 상쾌하게 관객을 웃기는 데만 집중한다. 물 흐르듯 도착한 마지막에서 관객은 깨달을 것이다. 우리는 어느덧 서로를 이해했다는 것을. 그렇게 사랑도 시작됐다는 것을 말이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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